그렇게 멀지 않던 과거 무렵, 그러니까 모종의 이유로 재개발 소문이 돌던 주택 단지에 살던 시절에 폐가가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폐가가 누구의 거주지였는지, 왜 그렇게 폐가가 된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그 집에 대한 소문이 상당히 다채로웠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는 늙은 홀어미가 아들 집으로 옮기며 빈 집이 되었다 했고, 또 누구는 사랑과 전쟁을 뺨칠 정도의 치정극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리 된 것이라 말했습니다. 물론 진실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그 소문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는 없다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다 문제의 집은 허물어져 각종 야채 따위가 심어진 텃밭이 된지 오래입니다. 저 역시 이사를 갔고 그 집에 대한 진위여부를 고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생겨 바쁘게 살고 있어서 지금은 실상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주를 이룹니다. 다만 가끔씩 그 근처를 지나갈 때면 어린 시절에 떠돌던 그 소문들이 문득 생각날 뿐입니다.
‘고양이 저택’은 앞서 이야기한 집처럼 무성한 소문을 가진 기이한 저택입니다. 그 소문의 진위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지만 어린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한 소재였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시체가 발견됩니다. 거기에서 끝났으면 모르겠지만 마을에는 알 수 없는 불안함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 것을 고양이 저택의 으스스함과 떠돌던 소문이 겹쳐진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요? 금세 잊혀질 일이라 치부하기엔 사람들의 정신과 육신을 서서히 옥죄어 오는 것이 착각인지 미지의 존재인지 알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과연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사람들이 앞서 이야기한 집 처럼 고양이 저택에 대해서 ‘정말 기분 나쁜 곳이었어.’라 회상할 수 있을 것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압박이 미스터리 호러의 정수를 보여주는 글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