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환상괴담님의 글을 좋아하는 지라 브릿G 뿐 아니라 다론 곳에 올리시는 글도 찾아서 보는 팬의 한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여러가지 매력을 갖춘 재미있는 글이라 부족한 글솜씨나마 추천글을 남겨볼까 합니다.
작품을 보시면 알게 되시겠지만, 이 작품은 구성이 매우 좋습니다.
어린 시절 어떤 사건을 겪은 후, 고향을 떠난 주인공이 자신이 살던 섬을 지나치면서 끔찍한 과거를 회상하게 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도가 뛰어납니다.
작가님은 특히나 우리의 이해능력 밖에 존재하는 공포의 대상을 잘 묘사하시는데, 그 존재들은 우리의 힘으로 대적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가진 미지의 존재이기도 하지만, 또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의 사물과 적절하게 대비를 시켜놓으셔서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해꽂이’라는 생물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괴이한 생명체입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연가시에 잠식된 메뚜기처럼 자신의 생명을 버리게 만듭니다.
그런 공포의 생명체를 ‘눈 달린 해삼’이라고 표현하심으로써 미지의 존재였던 대상을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는 두려움으로 탈바꿈시키셨습니다.(이 글을 읽고 마트에 갈 때마다 해산물코너를 한번씩 더 들여다보게 되었답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특히 재미있게 보았던 부분은 할머니들의 집단광기입니다.
코스믹호러는 대부분 등장하는 공포의 존재를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지요. 그래서 이 작품에서도 눈달린 해삼이 대체 무엇인지,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알 길이 없지만, 중요한 건 그것을 먹은 사람은 주변의 이웃에게 그리고 가족에게도 자신의 상태를 전파하려 한다는 겁니다.
뭔가 연상되는 게 있으실 겁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물에서 느끼는 공포와 비슷하지요.
숨쉴틈 없이 모여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안 좋은 무언가를 전파한다’는 건 인간에게 그 어떤 것보다 무서운 공포가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소설보다 무서운 세상에 이미 발을 들여놓았지요.
사랑하는 자식에게, 배우자에게 자꾸만 먹이려고 하고 끝없이 전파되는 그 광기는 지금 우리의 세상과 특별히 다른 점을 찾기 힘든 것 같습니다.
섬마을의 이장이 섬을 불태우는 장면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건 저만의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도저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현재의 판데믹 상황에서 저처럼 모든 걸 확 불태워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신 분도 분명 계실 것 같은데, 작가님께서 그런 현대인의 심리를 대신 표현해주신 건지 묻고 싶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예전 TV에서 보았던 ‘환상 특급’을 보는 것 같은 환상적이고 기괴하며 쉴 틈없이 소름을 돋게 하는 훌륭한 단편소설이며, 완성도가 아주 높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상적인 스토리에 공포를 잘 접목시키는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팬심담아 기다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