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괴담님의 글은 대체로 문체가 꽤나 거칠다. 그렇다고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거나, 혹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작가의 필체 자체가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난다. 마치 약간의 공포 분위기를 거친 사포를 덧대어 극한으로 치닫게 만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불필요한 단어나 묘사가 없이 깔끔하게 술술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처음에는 규칙 없이 끊어진 문장이나 문단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이 작가의 스타일이라고 믿게 된다.
단, 흐름이 끊기는 문단 구분이 있어 읽는데 호흡이 끊기는 부분이 조금씩 눈에 띄었다.
환상괴담님의 단편선 : [해꽃이]는 이런 작가의 스타일이 100% 반영된 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극적인 장면을 더욱 거친 문체와 문단으로 마치 시각적인 효과처럼 묘사해냈고, 읽은 독자마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해꽃이는 매야도에서 처음 출몰한 기괴한 생명체로 해삼처럼 생겼으나 수십 개의 눈알이 박힌, 그야말로 괴기스러운 존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 모습과는 달리 지독한 중독성으로 마치 오르가슴을 느끼게 하는 것과 같은 환각증세를 일으켜 섬 여인들을 광기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주인공의 할머니 역시 그 해꽃이에 중독되었으며, 결국 해꽃이로 인해 마을 여자들의 씨가 마른다는 이야기다.
줄거리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는 것은, 리뷰를 보고 독자들이 내용을 지레짐작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간략하게 적어 놓았다.
단편 소설을 읽으며 [와, 대박]이라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 작품에서는 읽으면서 몰아치는 전개도와 음산한 분위기, 그리고 자극적인 묘사에 그 말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해꽃이는 사람이 얼마나 중독성에 약한지 잘 보여주었고, 중독된 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물들이기도 얼마나 쉬운지도 잘 보여준다. 만약 우리 사회에 정말 저런 해꽃이라는 중독성 강한 생명체가 있다면 그야말로 대혼란이지 않을까.
(어쩌면 한국이라면, 저 위험한 생물로 몇 가지의 요리를 만들어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해꽃이.
브릿G에서 단편 소설을 읽으며 쇼킹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몇 안 되는 글이다. 자극적이지만 절대 부담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생동감 있게 읽히는 글이라 몇 번을 읽어도 섬뜩하게 된다.
단, 아주 조금만 문단이 이어져 있으면 읽는데 훨씬 더 몰입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언제부턴가 조금씩 바위에 붙어있기 시작한 눈알 달린 바다 생물을 먹기 시작한 건 겨우 한 달 남짓으로,
그건 사람 눈깔을 하고서 ……]
이런 식으로 하나의 문장이 끊어진 구간이 있어 읽으면서 호흡이 조금 끊기는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만 보완한다면 환상괴담님의 글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몰아치며 독자들을 옭아맬 수 있을 것 같다.
환상괴담님,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