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하라! 설마 이걸 노린건가? (꼭 글을 보고 리뷰를 보는 걸 권합니다! 강스포)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사망기념일 (작가: 쿠디그라, 작품정보)
리뷰어: 후안, 17년 4월, 조회 90

★철저한 개인적인 주관의 감상입니다.

 

제목을 임팩트 있게 쓰면 뭐지? 하고들 보십니다.

아마 이 리뷰를 보시는 분들도 제목 보고 궁금해서 한번 클릭 하신 분들 꽤 많으실 거에요. 노린겁니다. ㅋㅋㅋㅋ.

네 맞습니다. 제가 봤을때 이 글, [사망기념일]도 분명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음, 전문용어를 모르겠는데 떠오르는 건 되새김질 효과? 처음에 읽고 두번째 읽고 나서는 아 처음부터 정독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라고, 작가님에게 죄책감이 들 정도로, 굉장히 독특한 방법의 반전을 선사합니다.

그럼 뭐가 그렇게 놀라서 제가 제목을 저렇게 거창하게 지었냐고요?

마치 너 내글 똑바로 안 봐? 하고 혼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정말 흔하고 단순한 진행입니다.

 

은정이랑 준석이는 연인입니다. 둘은 드라이브 중이죠. 준석이는 어떻게든 늑대 본능(?)을 풀려고 하고, 은정이는 알면서도 그런 준석을 밀당을 즐기며 골리죠. 서로는 연인이지만 애정이라고는 없다 보면 됩니다. 둘 다 이기적인 속물들이죠. 대사 하나하나에 그들의 성격이 묻어납니다.  그러다가 그만, 개를 치고 맙니다. 로드킬이죠. 빠지지 않는 개의 사체를 힘을 주어 뒤틀며 끄집어 낸 준석은 멀리 수풀에 던져 버립니다. (나쁜 놈들!) 비는 또 엄청 내려요. 은정이가 오빠 냄새나 이러고 있고 준석이가 짜증을 내는 가운데, 한 남자가 도움을 요청합니다. 자전거 하이킹을 하다가 펑크가 나고, 비도 오고해서 속수무책인 상황에 이들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이 속물들은 그를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타이밍 알맞게 망가진 네비와 이 근방을 잘 알고 있다는 인간 네비를 자처하는 자전거 청년 앞에서 고민 후, 그를 태웁니다.

그리고 청년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네. 회상신. 청년의 과거를 들으며 읽는 독자들도 그의 과거를 떠올립니다…전에 제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1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이야기 하면 이입이 잘 됩니다. 그렇게 우리들도 청년의 과거를 듣게 됩니다. 음, 귀신 얘기입니다.

물흐르 듯 듣고 있다보면, 아 얘 귀신 보는구나 (정말 흔한!) 하고 납득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부분이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되어, 이입의 고조는 최고로 다다릅니다. 물론 작중의 은정과 준석이도 마찬가지고요. 청년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겁니다. 아 음 그래, 넌 귀신을 보고, 그 귀신이 붙으면 죽는구나. 흔한 얘기야. 정말 흔한 얘기죠. 흔한 괴담입니다. 그 와중에 청년은 희진이를 알게 되며 그 괴로움을 잊을 수 있다고 털어 놓습니다. 죽은 동생을 떠올린다고 하면서 말이죠.

와중에 그들을 태운 차는 계속 이리저리 길을 헤맵니다. 걱정하지 말고 자신만 믿으라는 (이것도 흔한 괴담이죠!) 청년의 말을 반신반의 하며 쭉 나갑니다. 청년이 이곳에 왔었던 이유를 말하며 과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바로, 제목인, 사망기념일, 그러니까

과 함께 말이죠.

엥? 그런데 갑자기 청년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옵니다. 희진이가 가엾게도,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을 던집니다.

그러니까 예전 여친을 죽이고 그에 복수하려 그들을 기다리다가

이게 처음 읽은 후 감상이고요. 그래, 흔한 히치하이커의 과거의 복수네. 귀신 보는.
그런데 대사를 곱씹어보니, 어라? 그냥 훑고 지나갔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부분을 알아챘습니다.

희진이? 희진이가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습니다. 작가는 단지 희진이라는 비유만으로 읽는 독자들 (특히 후다닥 건성으로 읽는 저 같은 ㅠㅠ) 에게 무언의 경고를 한 겁니다!  (잘못했습니다!)

 

초반에 개를 치고 뒤틀린 개의 사체를 꺼내 수풀에 던진 준석의 표현이 있습니다.

 

“참 어이가 없죠.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등뼈와 허리뼈가 우두둑, 우두둑, 부서져서 즉사했죠. 범인은 가여운 희진이의 시체를 쓰레기처럼 길가에 내던지고 도주했어요.”

 

청년의 대사입니다. 어라? 묘하게 매치되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과거 복수 괴담류니 하고 지나쳤는데, 다시 보니 그가 그들에게 복수하게 되는 원인 (귀신이 빙의되는 것부터 시작해서)에 대한 명쾌한 전개, 그러니까 앞 뒤가 딱 맞는 절묘한 원인과 결과를 보여주게 됩니다.

대충 훑어보면 몰랐을 겁니다. 그냥저냥 괴담류로 넘어갔겠죠.

제가 그래서 놀랐던거죠. 사실 정독하면 다들 아는 부분입니다. 청년의

의 대사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읽었을 때 저는 그냥저냥 지나갔어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정독하겠습니다.

별다른 효과를 쓰지 않고도, 단지 그 대상의 이름만으로 모르고 넘어갈 수 있게 만든 부분도 놀랍고, 무엇보다 가독성이 뛰어나 끊김없이 술술 읽게 만들어 놓고서는 곱씹어 봤을 때 봐봐 너 제대로 안 읽었지? 하고 한 방 먹이는 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으로서, 처음부터 정독하셔서

라는 부분을 알고 이해하신 분들께는 쓸데없는 잡소리인 거 이해해주시고요. (저는 정말 그냥 읽으면서 지나쳤거든요 ㅜㅜ 아 이놈의 고정관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런저런 부분을 떠나, 훌륭한 공포 소설입니다.

다음 작품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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