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올라와 사람을 해코지하는 그것 감상

대상작품: 환상괴담 단편선 : 해꽃이 (작가: 환상괴담, 작품정보)
리뷰어: 이사금, 20년 9월, 조회 124

왠지 소설의 제목 ‘해꽃이’와 소설 속에서 마을 사람들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해꽃이라는 기괴한 생물의 이름이 사람을 해한다는 뜻의 해코지와 발음이 비슷해서 제목으로 써 봤습니다. 소설 ‘해꽃이’는 토속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 정체와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오로지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어간다는 데서 우리나라의 공포 요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 생각돼요.

보통 한국적인 공포 요소라 한다면 원한을 가진 원귀 이야기나 저승사자, 혹은 산에서 내려와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나 물 속에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물귀신 등이 있는데 적어도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인과관계를 유추할 수 있고 사람들이 무엇에서 공포를 느끼는지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하지만 소설 속의 ‘해꽃이’는 해삼과 닮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생김새를 가졌을 뿐 그것이 어떤 생물인지 어디서 온 건지 파악할 수 없고 사람을 직접적으로 해한다기보단 사람들이 그 종을 먹게 유도하고, 환각에 빠뜨린 뒤 광증을 보이다가 자살에 가까운 행위에 이르게 만드는데, 한번 그것을 맛본 사람들은 그것을 끊지 못한다는 게 특징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고 당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무력하게 당한다는 점에서 절망적인 공포를 안겨주는 서구의 코즈믹 호러와 유사한 느낌도 나고요. 마을 사람들을 하나하나 무력하게 만들어 잠식하는 묘사가 절망적. 마치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해꽃이를 먹은 사람들은 중독된 것처럼 해꽃이만 먹으며 사리분별을 못하다 바닷물에 휩쓸려 죽는 것은 꼭 마약중독자의 그것과 유사하기까지 합니다.

어떤 의미에선 알 수 없는 야생동물을 함부로 먹지 말라거나 마약과 같은 것에 손대지 말라는 교훈을 남겨주는 소설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이 소설에서 특이하다 싶은 부분은 이 해꽃이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거의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여성들이 옷을 벗어던지고 단체로 광증을 보이는 것은 묘하게도 과거 그리스 신화 속에서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며 난폭한 행동을 했다는 여성 신도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당시 디오니소스의 여성 신도들이 단체적으로 난폭한 행동을 보인 것은 그리스 사회에서 여성들이 천대를 받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술과 신앙으로 풀었다는 해석을 본 적이 있는데 섬이라는 폐쇄적인 곳과 소설의 시점이 과거라는 점을 본다면 여성들이 해꽃이에 중독되는 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해석을 해 봅니다.

특히 공포의 배경이 된 곳이 외딴 섬이라는 점은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는 막막함을 남기고 있으며 또한 같은 절망적인 상황이 되풀이된다는 암시 역시 그야말로 공포소설다운 결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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