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른 동물 혹은 동물 아니더라도 인간이 아닌 것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동화나 만화, 소설에서 무수하게 본 것 같네요. 텍스트 혹은 그림은 사람의 상상력을 담기에 충분하기 때문일까요? 반면 영상은 실제 사람이 연기해야 하고 인간 외의 것을 묘사하기 힘드니까 사람이 다른 것으로 변하는 작품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고요. 이런 내용이 나오면 재미있기야 할 것 같지만 인간 아닌 것들이 사람처럼 행세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실사로 볼 생각을 하면 은근 소름이 돋기도 해요.
어쩌면 이런 점 때문에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변화하는 이야기는 (동화를 제외하면) 공포물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사람 아닌 것이 어설프게 사람 흉내를 낼 때 느끼는 거북함이나 거부감을 칭하는 ‘불쾌한 골짜기’였나 하는 용어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변하는 이야기는 텍스트나 만화가 가장 적절한 느낌인데 재미있게도 이 소설 ‘you are what you eat’의 변신은 공포스럽다기보단 어딘가 코믹한 장면이 많이 연상되더군요.
소설 속 인물들은 마치 카프카의 소설 <변신>처럼 갑작스럽게도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변하고 맙니다. 그런데 인간들이 다른 종으로 변하게 된 계기는 제목의 그것처럼 자신이 마지막으로 먹었던 것의 종을 따라가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원인을 파악할 수 없으며 작중 주인공은 조물주의 장난 정도로 넘어가게 됩니다. 비건 제외 인간들이 먼저 다른 종으로 변하고 문명이 망했으니 일종의 인류 멸망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소설은 그렇게 심각하고 어둡게 나가지 않기에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오히려 다른 종으로 변한 인간들이 덤덤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며 적응을 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인간들이 자기 상황에 거부감을 느끼는 성향도 길지 않기 때문일 듯. 닭을 먹고 수탉이 되어버린 주인공은 대게를 먹고 대게가 되어버린 연인과 결별하고 새로운 암탉들을 찾는데 이런 묘사에서 결국 인간은 환경(?)을 따라가는 건가 싶었던 인상적이었던 장면. 물론 결말에 좀 더 깜찍한(?) 반전이 있기는 합니다만…
사람이 자신이 먹은 것이 되어 삶이 바뀌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구를 멸망으로 이끄는 것은어쩌면 현재 인간들의 식탐 문화와 절제되지 않는 식습관을 비꼰 것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겠지만, 다른 의미에서 결국 어떤 생물이든 다른 동물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며 죽어서는 그 육신을 그대로 자연에게 돌려주는 순환의 법칙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인간들은 수가 많고 경제 관계가 복잡해진 대신 자제하지 않는 문화가 유지되기에 언제라도 식량난이 터질 수 있다는 예전에 읽은 책에서 본 경고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그 소설에 한번 심취한 입장에서 상상을 해 볼 여지가 생기는데, 그렇다면 소설과 같은 일이 터지면 나는 무엇으로 변할까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난 채식주의자는 아니니까 다른 동물로 변하게 될 텐데 오늘 먹은 음식이 찜닭이니 닭으로 변하겠네 하는 덧없는 상상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