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시작은 만우절 4월 1일에 이상한 환자가 의사를 찾아왔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마 소설 상에서 만우절이라고 콕 집어 언급된 이유는 앞으로 이 의사가 보고 겪어야 할 이야기가 만우절날의 거짓말만큼이나 황당하며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을 거예요.
내과의에게 찾아온 환자는 자신의 뱃속에 이상한 것이 있으니 이것을 떼어내 달라고 호소합니다. 심지어 그 뱃속에 있는 것을 자신의 형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의사는 물론이요, 소설을 읽는 독자마저 이 사례는 흔히 쌍둥이 형제가 태내로 흡수되는 현상을 연상시키고 소설 속의 의사 또한 그런 사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장르가 호러다 보니 남자가 받는 고통은 쌍둥이 형제의 원혼 짓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 원한이 깊은 쌍둥이, 쌍둥이끼리의 싸움, 육체를 잃어버린 쌍둥이가 다른 형제의 몸을 빼앗거나 혹은 육체가 아니더라도 형제의 지위를 원해서 쌍둥이를 죽이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거든요.
왜 쌍둥이 이야기가 이런 공포 소재의 단골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소설에서 쌍둥이 이야기는 일종의 페이크에 가깝습니다. 물론 소설 속에서 복통을 호소하는 남자는 자기 뱃속에 있는 것을 형제라 칭하긴 합니다만… 작중 주인공이 저런 것을 X이라 한다면 자살하겠다는 말처럼, 저런 게 형제라고 해도 자살할 것 같은 결말이었다고 할까요. 어쨌든 마지막에 정체를 드러낸 그것이 진짜 X이거나 형제 둘 중 하나 거나 둘 다라고 해도 인간에게 끔찍한 것은 매한가지일 듯.
오히려 그 소설 속의 진짜 정체는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코즈믹 호러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 속 초자연적인 존재가 인간을 단순 고깃덩이 내지 제물로 여기는 태도를 지녔으며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그런 존재를 받드는 인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에서요.
다만 러브크래프트의 코즈믹 호러 소설이 시대적인 배경과 문화 차이로 인해 현대에 읽는 한국 독자들 사이에선 그다지 무섭다거나 끔찍하다기 보단 특이한 소재 정도로만 와 닿는 반면, 이 소설 <Vanishing entity>는 비슷한 소재를 취했어도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현대의 한국 독자들이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별로 무섭지 않게 여긴다면 그 이유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초월적 존재들이 너무 아득하여 동떨어진 존재라는 느낌과 더불어 과거의 미국이라는 공간적 배경 때문에 상상이 쉽게 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크게 차지할 듯. 스케일이 넘사벽이면 오히려 상상력이 제한된다는 느낌이랄까요.
반면 <Vanishing entity>은 일단 현대의 한국이 배경이며 한국에 사이비 종교가 생각보다 흔한 편이기도 하기에 허구로라도 너무 거리감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부분도 있고 (찾아보면 참 별 걸 다 받드는 종교가 다 있구나 싶을 정도), 또한 여기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형태가 어떻게 되든 일단 인간과 밀접하고 사정 상 인간의 일부를 흉내 냈다는 점에서 더 끔찍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