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인간을 제외한 생물들에겐 파괴의 신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주황색 절규 (작가: 사피엔스, 작품정보)
리뷰어: 이사금, 8월 20일, 조회 78

예전엔가 어떤 책에서 본 내용이지만 사람들이 흔히 자연에 친화적일 것이라 생각하는 농사가, 실은 인간이 벌이는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자연에 위협적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일구려면 많은 토지가 필요하여 숲을 불태워야 하니까 그만큼 다른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내용이었어요. 또 어떤 책에서는 고대의 인간들도 현대인 못지 않게 자신들이 진출(?)한 땅에서 사냥을 무분별하게 해 왔기 때문에 멸망한 동물들의 숫자가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고대인들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자연에 친화적이진 않았다는 얘기에요.

어쩌면 인간들은 생존을 하기 위해 파괴를 일삼아야 하는 종족일지도 모릅니다. 이거 어찌 보면 소설에 나올 법한 저주 같네요.

소설 속 주인공은 처음 숲에서 태어났고, 인간이 아닌 상태라는 것이 암시되었기 때문에 (작가의 말을 읽기 전엔) 아직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어떤 소행성 같은 데서 태어난 녀석인가 싶었습니다. 자연이 가득한 소행성 하니까 영화 ‘아바타’였던가요? 약간 그런 이미지를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 등장하는 네다리족이라나 두날개족이라던가 하는 종족의 명칭도 처음엔 뭘까 싶다가 얘네들은 길짐승과 날짐승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죠.

한번 눈치를 채게 되니 나머지 녀석들의 정체도 대강 감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그렇다면 주인공은 대체 어떤 종족일까 (작가의 말을 읽기 전) 동물은 아니며 벌레 종류가 확실한 것 같은데 궁금해하면서 스크롤을 내렸습니다. 나중에 예상한 게 맞아떨어지자 나도 감이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좋아했다가 주인공이 맞는 비극에 얼얼한 충격을 받았더라는 사실.

소설 속에선 주인공 녀석의 정체가 드러나기 전에 먼저 등장하여 파국을 가지고 오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바로 두 다리족 인간입니다.

소설은 이 주인공의 눈을 통해 인간들이 숲에 저지르는 횡포를 자신들의 시점으로 고발합니다. (그런데 중간중간 인간의 도구나 차량을 자기들 시점으로 설명하는게 귀엽기도 했어요^^;) 따지고 보면 인간들은 그렇게 강한 종족도 아니건만 자연에 끼치는 횡포는 그 지역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다른 종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지능이 발달한 것도 인간이 이렇게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 자연에서 생존하기엔 너무 약한 존재라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인간의 특징이 다른 동물보다 나약하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숲을 파괴하러 강림한 그 악마같은 모습에 다른 이면이 숨겨져 있다는 점 때문에 흥미롭습니다. 약하기 때문에 교묘해지고 약하기 때문에 파괴하는 셈이니까요. 심지어 인간들이 하는 꼴을 보다 못한 날짐승과 길짐승들이 합세해서 그들을 몰아붙여도 금새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입지를 바꿔버리는 걸 보면 이게 다른 의미로 공포스러운 느낌이에요.

만약 현실이었다면 인간이 짐승한테 습격당한 사고니까 안타깝다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설은 숲의 종족들이 주인공이며 그들의 시점을 빌렸을 때  저것들은 공격을 당하더라도 설령 몇 명이 목숨을 잃어도 금새 자신들 유리하게 방법을 찾아내는 종족이고 후퇴도 안하니 그것만큼 무서운 일도 없을 거라는 것. 그야말로 숲 속 생물들 입장에선 코즈믹 호러.

문득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을 해치는 무언가가 죽지 않고 버티는 것이 있다고 상상한다면? 묘하게도 이 부분은 현 시국을 연상케하기도 했기에 인간 또한 숲속의 밀려난 생물들과도 같은 처지가 되기 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의미에서 역지사지가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근데 진심 숲 속 생물들에겐 인간들 하는 짓은 지옥이 따로 없어서 인간들은 자기들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 지옥을 먼저 쌓고 또 그것 때문에 애써 만든 천국도 지옥이 될 거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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