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다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로봇 강아지 에보 – 1 (작가: 바질,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20년 8월, 조회 26

작년까지만 해도 여름을 함께 보내 던 오래 된 선풍기 한 대가 있었다. 내가 태어날 무렵에 부모님이 구매한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전에 구입한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지만 옛 사진첩에는 늘, 이 선풍기가 있었다. 물건에 대한 애정을 두지 않으려 해도 해가 지날수록, 쓰면 쓸수록 정이 깊어지다보니 굳이 살아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애정을 갖고 보게 된다.

 

열번 째 생일 무렵 강아지를 선물해 달라고 하는 주인공에게 아버지는 진짜 강아지 대신 로봇 강아지를 아이에게 선물한다.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이내 에보에게 마음이 깃든 주인공은 로봇 강아지 에게 마음을 준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유효기간이 있는 법이고, 로봇 강아지 에보는 1년이 지나자 이상 행동을 보인다. 으레 가전 제품의 유효기간은 우리가 예상 할 수 없는 것처럼 그 시간이 빨리 오기도 하고 천천히 오기도 한다. 처음 구매를 했을 때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 왔을 때 그 당황의 순간들을 아이의 아빠는 당연하게도 A/S 센터를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아이가 느끼는 에보와 어른이 바라보는 로봇 강아지 에보는 양상이 다르다. 그저 하나의 제품이고, 또한 구형의 모델로서 인지가 되기때문이다. 오랜기간 마음을 품고 사용한 이와, 이를 고치는 이의 마음이 다르다. 어찌저찌하여 다시 에보의 수명을 늘리고자 했으나 시간이 흐른 후에는 ‘고치고 싶어도 더이상 고칠 수 없는’ 구형 제품으로 판명나 버린다. 이는 아이의 상실감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가전제품들이 로봇 강아지 에보와 같은 순서대로 기계의 숨이 멎는다.

 

오랜시간 함께 하고 싶어도 더 이상 전원버튼을 켜고 사용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온다. 온전한 나의 것이지만, 어느 순간 퓨즈가 끊어져 버리면 더 이상 나의 세계가 툭 하고 끊어져 버린다. 상실감 혹은 허탈감에 다시는 기계를 믿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오랜시간 터치하고 함께 일상을 이어가다보면 어느새 다시 기계에 애정을 두게 된다. 바질 작가님의 로봇 강아지 에보를 읽으면서 느꼈던 기계와 인간의 미묘한 간극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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