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장이자 기업의 차장인 김준수에게 찾아 온 일상의 균열-이하나가 내민 ‘미션’을 수행해야만 가족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로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의 전환점은 그가 11년 전으로 떨어지면서 찾아온다. 그곳에서 그는 믿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한다 — 현재의 상사 이강준이 자신의 집 욕실에서 죽어 있는 것이다. 이하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깨끗이 처리하라”고 말한다. ‘왜 내 집인가’, ‘왜 그가 자신의 집에서 죽었는가’에 대한 설명은 끝내 주어지지 않는다.
이야기는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인간의 한계와 그렇기에 그의 현실이 무너지는 과정을 섬뜩할 만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주인공은 아무 설명도, 구원도 없이 던져진 명령을 따라가며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공포나 혐오보다 앞서는 것은 ‘해야 한다’는 무기력한 체념이다. 그는 오로지 현실로 되돌아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다시 만날 희망으로 어쩔 수 없는 시체 청소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 절박한 과정은 디테일하게 묘사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한 편의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지?’라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일반 회사에서 일어난 평범한 사건처럼 시작된 이야기가 이 하나라는 여자를 통해 ‘미션’이라는 비현실적인 명령으로 변하고, 11년 전의 시점으로 되돌아가 상사의 시체를 청소하는 기괴한 이야기로 비틀리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야기 흐름이 뒤죽박죽이라 느껴졌지만, 그 어이없는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시체를 처리하며 점점 스스로의 공포에 잠식되어 가는 과정은 끝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결과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한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끊임없이 묻게 된다. 이하나는 대체 누구인가. 그녀는 왜 미션을 전달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그런 궁금증이 결국 그녀의 존재는 점점 현실의 인물이라기보다 현대 사회의 시스템 자체를 상징하는 얼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즉 이 소설에서 이하나는 인간의 욕망을 시험하고 ‘보상’이라는 미끼로 그들을 이 미션이라는 순환의 구조 속에 가두는 실험설계자로 느껴진다.
솔직히 미스터리 소설은 즐겨 읽는 장르가 아니어서, 이 작품에서도 끔찍한 장면들은 대부분 눈을 돌려 지나쳤다. 그럼에도 끝까지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의 내면 갈등이 놀라울 만큼 깊이 있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보게 된 것은 결국 이해할 수 없는 명령 앞에서 무너져가는 인간의 모습이었고, 그것이 이 작품이 전하는 가장 섬뜩한 공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