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시아의 별은 본래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에 맞서 분열히 떨쳐 일어난 속국 저항군의 이야기를 지원하는 TRPG였습니다. 소설판 역시 그 기조를 이어서 기본적인 서사는 제국의 압제와 속국의 저항입니다. 본디 TRPG책의 도입부 소설은 로란만을 다루고 있었지만, 소설판에서는 로란 외에도 아리엔과 케인이라는 다른 주인공도 함께 등장합니다. 소설의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주인공 세 명이 동시에 등장한다기보단 회마다 시점을 병행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메르시아의 별의 세 주인공은 모두 개성을 가지고 이야기 속에서 자기 의지를 관철하고 맙니다. 예컨대, 고귀한 혈통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로란은 스스로 봉인된 용을 찾아가 왕의 징표를 얻어냅니다. 아리엔은 홀리듯이 마동기관에 홀려 학교를 탈출하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엘드레드에게 휘둘리지 않고 주도권 다툼을 벌입니다. 케인은 개인적 원한과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궂은 일을 묵묵히 해나갑니다.
저항서사를 다루긴 하지만 주인공이 하나같이 전쟁소설에 나올법한 영웅하곤 인연이 없습니다. 사실은 평범하고 소시민적인 인물들입니다. 그럼에도 메르시아의 별의 세 주인공을 영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이해와 욕망을 넘어서 이상을 관철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영웅다움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가 자리잡고 있죠.
소설 본문은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공개된 연재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 부분이 메르시아의 별의 강점이자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쓸데없는 묘사나 말장난에 글자를 함부로 낭비하지 않습니다. 묵직하게 잔재루를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을 계속할 뿐입니다. 사실 소위 파티를 이룰 법도 한데 셋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아예 없다는 부분이 이채롭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한가지 결점이 있다면 제 기대보단 ‘환상’적이진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쨌든 가상의 세계이고 마법이 등장하지만 현실적인 목적과 이유로 돌아가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망은 의외의 부분에서 충족이 되는데 본편이 끝나고 후속 이야기인 메르시아의 마법사를 잇는 ‘핀베라 고개의 엘프왕’이라는 부록같은 이야기에서 였습니다. 이 단편은 비교적 개화된 입장에서 바라보는 신비를 보여줍니다. 저는 판타지 장르는 환상적이고 신비한 면을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단편에서 만족했습니다.
하여간 메르시아의 별에서 아를란드의 이야기는 끝나고 시공은 메르시아로 옮겨갑니다. 메르시아의 별에서 보여줬던 메르시아에 대한 진실과 비밀이 어떻게 드러날지 토요일마다 기다려봐야겠습니다. 무엇보다 ‘별’보단 좀 더 환상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제 취향과 부합하기 때문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