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시아의 별>은 왜 재미있을까요?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메르시아의 별 (작가: 김성일, 작품정보)
리뷰어: 양모, 17년 4월, 조회 235

<메르시아의 별> 리뷰

 

<메르시아의 별>은 2016년에 출간된 한 권 짜리 판타지 소설입니다. 현재 브릿G에 전문이 올라와 있지요. 참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메르시아의 별>을 읽어보시면 좋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추천이나 소개의 글이 필요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리뷰라고는 하지만, 제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어쩌면 추천사에 가까울 것도 같네요.

자, <메르시아의 별>은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이라고 이미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냥 재미있다고만 말해서는 별 설득력이 없겠지요. 재미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 법이구요. 그러니 이에 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봅시다. <메르시아의 별>은 왜 재미있을까요?

 

수많은 판타지 소설에서,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세계의 위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에서 세계는 항상 모종의 이유로 위험에 처하고, 주인공은 그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지요. 이 때 주인공에게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갖은 핑계를 대며 자기들은 못한다고 하고, 그냥 내버려 두면 세계가 파멸한대고. 어쩌겠습니까. 직접 세계를 구할 모험을 떠날 수 밖에요.

사우론이 중간계를 파괴한다니 프로도는 모험을 떠나야 합니다. 미친 드래곤이 곧 잠에서 깨어나 바이서스를 박살낼거라니 후치 일행은 그걸 막아야만 하고요.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눈물을 마시는 새>의 살신 계획, 대부분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건과 상황이 물 밀듯이 밀려와 주인공의 등 뒤를 찔러대고, 살아남으려면 달려야 하지요. 주인공들에게 주어진 과제의 수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다만 그 수행과정이 독자들에게 재미를 줄 따름이지요.

세계가 위험에 처하지 않는 판타지 소설들도 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계는 평온할지언정, 주인공 개인이 ‘등을 떠밀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룬의 아이들>의 보리스나 죠슈아는 모두 살해당할 위기에 처해있지요. <에소릴의 드래곤>에서 더스번 경은 왕에게 명령을 받았고요. 이들에게도 ‘하지 않는다’라는 선택지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맞닥뜨린 과제를 수행할 뿐입니다.

 

그럼 이제 <메르시아의 별>을 볼까요.

이 이야기에는 모두 세 명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각각 로란과 케인, 아리엔이라는 이름입니다. 로란의 이야기는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용을 만나러 가는 것으로, 케인의 이야기는 괴한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에 뛰어드는 것으로 시작하지요. 아리엔의 이야기는 모든 것이 보장된 미래를 걷어차고 도망자가 되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하고요.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평화롭고 무난한 삶을 원했다면 모두 그렇게 살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선택과 결단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열어젖힙니다. 이들 중 단 한 명도 상황이나 사건에 의해 등 떠밀려 주인공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저는 이것이 <메르시아의 별>이 재미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소설들도 그럴지 모르지만, 판타지 소설의 재미는 무엇보다도 ‘가상 체험’과 ‘대리 만족’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지 못할 세계에서, 내가 겪지 못할 난관을, 내가 하지 못할 방법으로 헤쳐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겠지요. 현실에서는 겪기 어려운 일을 소설에서 경험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겁니다.

현대인인 독자는 육체적인 공포를 겪을 일이 많지 않기에 주인공이 ‘몬스터’와 마주치는 장면에서 흥분합니다. 폭력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일이 없으니 검술과 마법을 사용하는 주인공의 전투가 더 짜릿하게 느껴지겠지요. 대체불가능한, ‘중요한 사람’이 되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으니, 세계의 운명을 한 몸에 짊어진 주인공의 입장에 서면서 그 자체로 쾌감을 느낄 겁니다.

<메르시아의 별>이 재미있는 이유 또한, 아마 같은 맥락이리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자기 운명을 선택하지 못한 채 세계에 떠밀리며 살아가는 경우가 참 많지요, 요즘. 자신의 앞길을 직접 열어젖히는 세 주인공들은 그런 독자들에게 다른 판타지 소설에서 느끼기 어려운 재미를 줍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우울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다행히, 소설의 재미는 단순히 재미로 끝나지 않아요. 누군가 소설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요. 독자가 주인공의 자리에 자신을 넣어보며 재미를 느꼈다면, 다 읽고 난 뒤에는 자신의 자리에 주인공을 넣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소설이 남기는 여운이지요. 그리고 그 여운을 통해 독자 또한 변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세상이 그러하기에, 상황이 이러하기에 갈 길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기에 내 갈 길을 고르는 주인공들이 <메르시아의 별>을, 그리고 읽고 난 뒤 독자의 시간을 재미있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일독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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