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먹먹한 사랑의 감정으로 무의식적 벽을 허물다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게이인 너를 사랑했다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조은별, 20년 7월, 조회 94

스포일러 주의

 

 

차원의소녀 작가님의 <게이인 너를 사랑했다>는 독특한 시점의 작품입니다. 사실 종종 벌어질만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잘 없었죠.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는 꽤 본 적이 있는데 말이죠. 아마도 동성애자를 다루면서 이성애자의 아픔을 그린다는 것에 대한 부채감이 원인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개인적으로 그러한 시선이 옳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동성애자를 사랑하는 이성애자는, 나온다고 해도 동성애자 주인공에 대한 가해자로 등장해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본작은 여성이자 이성애자인 화자가 주인공으로, 여성 화자가 게이 절친을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서 오히려 동성애와 이성애 사이의 무의식적인 벽을 허물어줍니다. 이런 서사는 지금의 우리에게 분명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의 삶은 상당히 기구합니다. 돈을 절대적인 가치처럼 여기는 엄마와 실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동생에 비해 여린 마음의 주인공은 할머니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돈 굳은 것으로 여기는 엄마의 행동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런 엄마에게 어울려주는 착해빠진 아빠를 ‘호구’라고 표현하면서도 동정합니다. 어쩌면 주인공은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도 호구라도 생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문창과 실기를 준비하며 친해진, 똑같이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그런 남사친. 사적으로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그러면서 자신과 취미도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더욱 힘든 일이죠. 주인공이 절친의 ‘본인이 게이’라는 고백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먹먹하게 아파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아마 주인공이 더욱 아픈 건, 비밀의 덧없음에 대해 이미 알면서도, 너무나도 쉽게 그것이, 절친 스스로에 의해 깨졌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배신감 아닌 배신감이 자라나고 말아서요. 주인공도 비밀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걸 알더라도 아마 최선을 다해 지키려고 했을 거예요. 하지만 자기 입으로 게이라는 게 비밀이라 말했던 절친은, 본인 스스로 떠벌리고 다니죠. 관계 맺기라는 건 비록 깨지고 말았더라도 좋았던 과거를 추억하게 되는, 그래서 더 아련하고 아픈 거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이혼 이후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고 만 것도 그래서일 거라고 생각해요. 주인공과 절친 사이의 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할 수 있었더라면, 주인공 가슴의 상처가 조금은 덜 아팠을까요.

 

물론 먼저 이야기를 할 정도로 두 사람이 절친인 것은 맞고 성정체성이 비밀이여야 하는 것 자체도 차별적인 시선 때문인 것이지만, 아무래도 비밀이 존재한다는 건 특별한 관계라는 것이니까요. 주인공이 아무리 관계의 덧없음과 비밀의 불가능성을 알더라도, 사랑은 그런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환상이기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그럼에도 시를 계속 쓰기로 하는 주인공은 절친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그러면서 너에 대한 시를 씁니다. 주인공 말따마나, 꽃이 져도 봄은 오지요. 상처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상처 위에 새 살이 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신호라고 저는 느낍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오늘도 글 쓰는 것을 그만둘 수 없는 걸 거고요.

 

먹먹하고 답답한 사랑의 감정들이 잘 담겨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완결되지 않고 흐려지는 문장들이나 사소한 오타를 제외하면 가독성이 좋았고요. 주인공과 차소님의 영원한 건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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