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덕이 판치는 세상의 마녀사냥(스포일러)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Y의 딸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양하쓰, 17년 4월, 조회 105

이 작가, 나 보고 어쩌란 걸까.

작품 속 주인공은 중학교 때 친구였던 지은을 떠올린다. 지은은 유명한 연예인 윤혜연의 딸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도덕교과서 모델이 되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다. 후에 성상납 추문의 희생양이 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작가, 이토록 괴로운 이야기를 보게 하다니. 나 보고 어쩌란 걸까.(물론 리뷰 공모에 있었고 제목이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결국 선택은 내가 했건만, 작가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괴로운 기분이 든다.)

새벽 3시, 그 애가 도덕교과서에 있는 자기를 오려달라고 했다.

주인공은 어쩐지 지은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 애가 수업이 끝나고 불길하게 중얼거렸던 혼잣말을 혼자 들었던 탓인지, 그 애의 진짜 모습을 유일하게 알았던 탓인지, 그도 아니면 그 애에 대한 연민과 호감 탓인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쨌든 지은은 죽었고, 그는 몇 년이 지나도록 그녀를 잊지 못한다. 이유가 뭐가 중요하랴. 그는 지은(죄책감의 형상으로 나타났을지라도)을 도덕교과서에서 도망치게 해주는, 상냥한 주인공인 것을.

Y의 딸 지은은 도덕과 비도덕 사이에서 헤매이는 인물이다. 연예인의 딸이며 예쁘다는 이유로, 보이는 것들로 판단 받는 인물이다. 사람들에게서 끊임없이 상처 받고 자신의 삶에 대해 회의적이다. 피곤한 삶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후 몇 년이 지나 주인공은 그녀가 있던 도덕교과서에서 그녀를 오려내기 시작한다. 어머니를 위한 생일 선물이라고는 했지만, 어쩌면 그것이 그녀를 가면에 옭아매는 계기일지도 몰랐다. 그녀를 하나하나 오려내며 주인공은 몇 년 전 기억들을 불러들인다. 코팅된 흰 종이 위에 인쇄된 지은은 그의 기억 속에서 평범한 소녀이고 싶었던 인물일 뿐이다.

그 애의 엄마는 다시 TV에 나오기 시작했다.

지은이 죽고 나서 혜연은 다시 텔레비전에 나오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그에 대해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는 않는다. 분노한 건 나였다. 지 딸은 도덕교과서에 박아놓고 자신은 비도덕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얄팍한 가식에 찌든 미안하다는 말이 죄책감을 씻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실 진짜로 죄책감을 가져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혜연과 같은 반 아이들, 무관심한 교사. 그러나 현실은… 거지같다. 오직 주인공만이 지은을 기억하고, 고통 받고 있다.

도덕교과서와 비도덕한 현실이 대비를 이루며 이야기는 잔잔하게 전개되면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가위로 오려내는 지은의 모습은 함부로 버릴 수 없는 묵직한 이 사회의 단면이다. 그녀는 종잇장 몇 장으로 대변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된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

도덕교과서에 그 답이 있을까? 우리는 이 질문을 가슴속에 새길 필요가 있다. 마녀사냥의 희생양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는 비극을 막기 위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