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멀리 있지 않아! 비오는날 사람 가득한 “지하철” 타봐,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후안 유니버스) – 지하철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4월, 조회 99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촌놈인지라 제가 인식하는 콩나물시루 대중교통은 버스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에전에 제가 학교 다닐때는 정말 버스가 커브를 틀때 한쪽으로 기울어진 경우도 허다했

습니다.. 숨도 못 쉴 정도로 꽉 들어찬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고개를 위로 쳐들고 손과 가방을 어쩌지 못하고 낀체

로 밖의 광경만 바라보고 서로가 서로의 몸에 의지한 체(?!) 한없이 흐느적거리며 몇십분동안 등교를 했던 기억이 납

니다.. 대체적으로 학교들도 모여있어서 중간에 숨쉴 틈 같은건 애초부터 차단된 체 버스는 중간 정차도 못하고 통과

하던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하물며 협소한 공간에 몸과 몸이 맞대여 있는 상황에서 여학생이라도 앞에 있으면 참 곤란

해지죠, 특히 어디 잡을데도 없이 손을 아래로 내려고 움직이지 못해하고 있노라면 대단히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몸에 손을 대고 의지하기도 힘들잖아요, 이런 틈을 이용한 아주 지저분한 변태들도 기승

을 부렸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러려니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한순간 훅 빠져나간 사람들의 공간에서 불어닥치는 여유로운 틈은 천국과도 같은 휴식이나 다를 바가 없었던

기억도 납니다.. 수많은 인간들의 악다구니가 벌어지는 세상에 던져졌다가 한순간에 공간이동으로 여유로운 편안함만

존재하는 세상에 남은 느낌이 드는 것이죠, 특히나 비오는 날 만원버스가 주는 지옥같은 찝찝함은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은 경험이죠, 아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서민들의 삶에서 이런 대중교통의 불편함은 충분히 공감되리라

여겨집니다.. 기사님이 아침마다 등교시켜주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 말이죠, 이 만원버스나 콩나물시루 지하철의 삶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고 인간의 참모습이죠, 이 틀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만 바라볼 수 밖에 없

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음해하고 배신하고 이기적인 욕심에 매몰되어 타인을 억압하고 나에게 도움이 되나 안되나의

이익적 차원에서 대하는 연관성만 가지게 될 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세상속에 놓여진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주변에

꽉찬 인간들의 경쟁에서 퇴보되어 나락으로 떨어질 지도 모르는 두려움만 남을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인간은 이성적 판단을 가진 선한 존재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본성이 우선되는 인간의 본질적 감정은 자신이

우선인 타인에 대한 악한 의도를 가질 수 있지만 개인의 악함보다 공동의 악함이 우선되는 상황에서는 인간을 늘 서로

도움을 청하게 되죠, 본질적 악함은 이성적 선함에 이길 수 없는 것이라는게 제가 보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여하튼 이

런 느낌을 가지면서 이 작품 “지하철”을 읽었습니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주는 일종의 환상호러스릴러소설

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현실속의 삶에서 펼쳐지는 상상속 차원에 대한 인간이

경험하는 미지의 두려움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성식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군요, 얼마전 제가

읽었던 고속버스라는 단편속에서 등장했던 주인공이라서 이름이 기억납니다.. 사족이지만 작가의 단편인 “고속버스”

라는 작품은 무척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하철”을 탄 성식이라는 남자는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 칸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가

본 칸은 현재 있는 곳과는 아주 다르게 텅 비어있었죠, 그는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넘어온 그곳에서는 우선적으로

해방감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그와 함께 다시 들려오는 안내방송은 조금 전 지나온 홍대입구에 도착한다는 말이 나옵

니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 성식을 이해하려고 하나 같은 칸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려 하나 뼈만 남은 노인과

전혀 말이 통하지 않은 섬뜩한 모습의 여자만 있기에 그는 그냥 열리는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통로 유리에 갇힌 한 여인이 그에게 소리치는 것을 보게 되면서 그녀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성식은 결국 내리지 못하고 문이 닫히는 걸 보게 되는데, 그순간 성식과 함께 앉아있던

섬뜩한 모습의 여인이 그에게 달려들면서 자신에게 뭐가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걸 직감하게 됩니다….

 

소설은 지하철이라는 하나의 공간적 사물을 통해 그 속에 존재하는 다른 차원의 공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일상의

삶이 가득 들어찬 지옥과도 같은 콩나물시루의 인간의 세상과 아무도 없어 보이는 텅 빈 세상에서 맞닥뜨리는 종말의

세상을 동시에 두고 있죠,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어오는 인간은 불특정의 상황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게 성식을 비

롯한 몇몇 인간들은 다른 차원의 공간속에 놓여지죠, 그리고 그들을 위협하는 그 무엇인가와 대치를 하면 생존을 경험

하게 되는거죠, 그 무엇은 지하철이 정차하는 곳에서 열리는 문 밖에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살 길만 생

각하고 문 밖으로 나서게 되면 그들에게 먹힙니다.. 하지만 문안에서는 아직 안전하다는 사실로 인해 남아있는 인간이

그들의 위협속에서 살아날 수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죠, 이순간 나만을 생각하던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살아남는 인간

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인간은 선하고 위대하다는 주인공의 주문같은 말 한마디가 작가가 의도한 이야기의 중심이 아

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평행적 우주관속에서 차원적 영역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접하는 소재이기도 하죠, 하지만 현실의 지하철속에서

같은 공간내 다른 세상에 대한 작가의 소재의 착안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또한 작가가 펼쳐보이는 상황적 묘사의 섬

세한 표현들도 상당한 호러적 스릴감을 잘 살려주어서 읽는 재미도 만만찮구요, 전작에서도 인물들이 보여주는 대사나

심리의 문장들이 착착 감기는 느낌이어서 즐거웠습니다만 이번 작품도 좋습니다.. 다만 성식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의

설정이나 등장방법에 대한 개연성이 조금 어색해보이긴 하지만 뭐 짧은 단편에서 뭔 완벽한 개연성까지 따지고 들겠습

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설적 즐거움만 생각하면 되겠지요, 전 뭐 전문가도 아니고 일개 대중소설 독자로

서 구체적인 방법론같은 건 잘 모르겠고 여하튼 재미지게 잘 읽었습니다.. 여하튼 작가의 상황의 묘사들의 스릴러에 대

한 감성적 표현들은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스릴러작품 많이 집필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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