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실 몇 차례 처음 몇 편만 훑어보고 지나가기를 반복했던 글입니다. 제게는 너무 딱딱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었어요. 인물들이 하는 대화에 생동감이 부족했습니다. 대화를 소리내어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대화체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딱딱합니다. 독백 중심의 연극 대사 같기도 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보통의 대화체로 보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인물들이 격식을 차리기에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고블린들까지 딱딱한 말로 대화를 하고 있으니 목에서 턱 걸려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대화의 껄끄러움을 차치한다면 이 글은 아주 흥미롭고 멋진 소설입니다.
서장은 제법 깁니다. 지금 다시 보니 91매로군요. 드래곤은 인간을 먹기로 결정하고 한 사람을 취사선택합니다. 그녀에게는 운 좋은 상황이지요. (작중에서야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입을 놀립니다만) 가난한 영지에 용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과격한 방법으로 정말이지 좋은 일일텐데, 일단은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녀는 드래곤을 설득하여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또 다시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것도 다양하게요.
작가님께서 작품 태그에 영지물이라고 적어놓으셨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는 다양한 교섭을 통해 바르작거리며 살아남으려 애쓰는 가난한 영지 이야기일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이런 밑바닥에서 기어올라가는 이야기는 항상 흥미로우니까요. 드래곤이 생각보다 전지전능한 존재로 군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후로 더 복잡하고 더 많은 교섭이 등장하겠지요! 작품 소개만 하더라도 “용의 점심식사로부터 시작되는 교섭전설.”입니다. 두근거리지 않으시나요? 처음 몇 편을 읽고 그럴싸한데? 하며 동의하시기 시작하셨다면 이제 이 글의 팬이 되실 겁니다
작가님이 글을 잘 쓰십니다. 읽히지 않는 대화체는 차츰 고쳐나가면 될 문제입니다.
덧붙이건대,
용이 언급했던 영지만의 가치 있는 재화가 아마 제목의 피어클리벤의 금화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봤습니다만, 아직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도 풀리지 않았기에 섣부른 헛발질일 수 있겠습니다.
매일 한 편씩 올라오며 작가님이 아주 성실하십니다. 분량 역시 상당하고요.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이제 주인공이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것들과 교섭하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