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중인 혐오 사회의 – 감겨진 눈 아래에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감겨진 눈 아래에 (작가: 전혜진, 작품정보)
리뷰어: dorothy, 17년 4월, 조회 208

.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쓴 리뷰입니다.

피동 형태. 누군가에 의해 ‘감겨진’ 눈. 나는 제목에서 폭력성을 감지했어야만 했다.

그 후 몇번이나 나는, 아침의 클릭 몇 번을 떠올렸다.

그 때 이 작품을 클릭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을 텐데.

 출근하자마자 브릿지에 들어온 벌이었을까? 나는 분노와 두려움에 찬 아침을 맞이해야만 했다. 결말까지 모두 읽고 나서야 눈에 보이는 작품의 분류,

<호러>

이 작품의 내용과 결말 모두, 이십 대 중반의 여성인 나로서는 정말 호러가 아닐 수 없다. 작가는 독자를 의도의 틀 안에 단단히 가둬두고 끊임없이 몰아간다. 독자는 작가가 후려치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혐오, 눈을 감은 채로 비틀거리며 몇 발자국만 더 나아가도 어쩌면 현실이 될 수 있는 일’이라는 이름의 채찍을 맞는다. 독자는 무섭고 슬프고 화가 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그게 이 작품에서 느낀 작가의 힘이었다. 텍스트만으로도 독자를 몸서리치게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초반 분위기는 가볍기 그지없다. 프랑스의 자유분방한 여자들 틈에 어색하게 낀

“뭔가 굉장히 틀린 말을 대단히 당당하게 하면서, 일점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한 남자를 비웃으면서도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교포 2세가 있다. 작품 내에서 여행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한국을 굳이 가겠다는 여주인공을 만류하는 이는 많았다. 독자로서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설정이기에 20세기 이전을 들먹이며 저렇게나 반대하는거지? 더 심각해진 성별 혐오? 가부장제의 심화? 그거 그냥 지금 사회에서 조금 더 나아간 수준 아니야? …그리고 이어진 내용은 작품 초반에 묘사된 한국의 모습에서 느낀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어떤 불쾌감을 코앞에 가져다 놓는 것으로 나를 당황시켰다.

주인공인 세실 강이 한국 땅을 밟는 순간 맞닥뜨리는 현실은 만류하던 이들에게 듣던 것보다도 훨씬 가혹하다. 나는 그 잔혹성에 그저 몸서리칠 수밖에 없었다. 극단까지 간 성차별, 만연의 수준이 아니라 사회 자체의 원동력이 되어버린 혐오, 인권의 부재, 눈과 귀를 막음으로써 생성되는 무지에 의한 악, 그리고 진실을 알면서도 애써 눈을 돌리는 기득권층까지. 그 중 몇몇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이미 현실에서 구상된 아이디어였다는 게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페미니즘을 내건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었다. 메르스 갤러리로 출발하여 현재 메갈리아로 통하는 커뮤니티에 속한 이들의 -그들의 주장에 따르자면- ‘여성인권신장 운동’은 사회 전반에 파란을 가져왔다. 미러링, 워딩, 맨박스, 맨스플레인 등의 단어들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좋든 나쁘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유례없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페미니즘은 수많은 오해로 점철되어있다.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 특정 커뮤니티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에 결국은 다시 처음의 주제인 혐오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표방한다는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물 중 태반이 미러링을 핑계로 한 남성 혐오의 글들이다. 위인들을 한국 남자라는 이유로 조롱하고, 어린 아이들을 미러링이라는 명목으로 성희롱을 하는가 하면 6.25 참전 용사를 고기방패에 비유하여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언행들을 해대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 문제이다. 혐오를 물리치기 위한 무기로 혐오를 꺼내들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에게 혐오를 받는다니.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다. 사회 전체가 서로를 배격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 작품 내의 한국은 ‘혐오’를 사회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데 이르렀다. 억지로 감긴 눈은 뜨일 생각을 않는다. 어찌어찌 눈을 뜨더라도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결국은 자기 자신마저 속여넘겨 사회의 피해자로 남는다. 남은 한 가닥의 양심과 분노는 해일같이 덮쳐오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구조에 굴복하고 만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시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혐오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통탄할 일이다.

이 작품의 상황전개와 묘사는 소름끼치기 그지없다. 작가는 그로 하여금 독자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를 맨손에 내던진다. 받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편치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이 문제를 생각하게 한 부분에서 이미 작가는 성공적인 글을 써낸 것이다. 관심을 갖고, 사고하고, 마주한다면 언젠가는 눈을 뜨고 이 말도 안되는 혐오 사회에 혐오 없이 맞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제 그만, 감긴 눈을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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