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제 리뷰를 먼저 보게 된다면, 되도록이면 소설을 바로 읽지 마시고 독한 술을 두세잔 마신 후 작품을 읽으시길 당부드립니다. 특히 밤 12시 30분에서 1시 사이엔 절대 소설을 읽으셔선 안되며, 만약 한줄이라도 읽으셨다면 바로 깨끗한 물로 손과 눈을 씻고 차가운 물을 한모금 마신 후 잠자리에 드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써놓으면 반드시 어떤 사명감이라도 생긴 것처럼 소설을 바로 읽으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경고문입니다.
세상엔 호기심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수많은 기행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위대한 발견들이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꼭 그걸 해봤어야 했냐’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은 여러 상황에서 등장하는데, 특히 자주 등장하여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곳을 꼽자면 바로 호러물이죠.
대충 몇가지를 꼽아보자면 이렇습니다.
1. 들어가지 말라는 곳은 반드시 간다. 특히 어두운 지하실은 치킨냄새라도 맡은 사람처럼 빨려들어간다.
2. 흘깃 보아도 저주가 흘러넘쳐보이는 상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열어본다. 시작하면 귀신이 와서 같이 논다는 보드게임판이나 뉴스대신 지옥 소식을 전해줄 것 같은 오래된 티비는 덤이다.
3. 가족의 상태가 이상하면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그 혹은 그녀가 눈알이 뒤집히거나 가슴에서 처음보는 생명체가 튀어나올 때까지 가족애를 나눈다. 되도록이면 일대일로 있어야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에밀리가 어디에 속하는지 찾아보시는 것도 글의 소소한 환장거리가 아닐까 싶네요.
왜 유독 무서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하지말라는 것을 해야 하고 아인슈타인이나 갈릴레이에 버금가는 호기심대장들인지 글을 쓰는 지금도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네 이웃들처럼 ‘어, 불길해보이는 집이네?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들어가지 말아야지.’ 하고 지나쳤다면 ‘주온’같은 걸작 호러물은 나오기 힘들었겠지요.
그래도 외관이 흉하고 끔찍한 비명소리까지 들리는 ‘남의 집’에 굳이 들어가서 안 좋은 일을 당해야만 하는가라는 극히 상식적인 질문의 답은 공포라는 장르에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을(해결되면 안 될?) 질문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그런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되는 주인공의 몰상식한 행동을 감안하고서라도 이 작품은 장점이 많은 재미있는 글입니다.
코스믹 호러의 분위기도 분위기를 살려주고, 익숙함속에서 신선함을 찾으려는 작가님의 고민이 보이는 전개가 매력적입니다.
이제는 공포물에도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주인공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친절하게 하지 말라고 알려주면 좀 하지말고, 괜한 호기심으로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무단침입해서 화를 입는 주인공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늦은 시간 눈을 부비며 쓰다보니 글이 산 정상까지 올라갔네요.
좋은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뒤늦게 듭니다만, 마지막으로 브릿G의 독자분들께 추천의 한마디를 남기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밤에 읽으면 다음날 밤에도 생각날 정도로 꺼림칙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랍니다.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밤 12시 30분터 1시 사이만 피하시면 됩니다. 잊지 마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