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가 겉으로만 치밀하지 내부적으로 얕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일까?
- 인물의 부자연스러움 : 성격이 입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하드보일드적 분위기에만 도달하려는 듯한 묘사와 대화
- 멋지고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독자의 감상을 제쳐둔 채로 단편적으로 곳곳에 흩뿌려진 서술
-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깔끔하려는 사건의 전개 방식을 들 수 있겠다
사건이 정확히 일직선으로 달리기에는 이 소설의 분량이 너무 길다. 단편이 단일한 효과를 주는데 집중해야 한다면 장편은 아주 많은 상자를 쌓아놓은 방에서 독자가 좋아할만한 물건들을 꺼내서 보여주고 그 감상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스피디한 전개를 놓치거나 범죄물의 긴장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풍성한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매력이 점차 드러나는 중반부부터 신나게 읽었다. 김설단님이 형식에서 벗어나서 가진 것들을 좀 더 자유롭게 내보일 수 있는 작품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