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들리는 소리가 주는 공포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산의 소리 (작가: 녹차빙수, 작품정보)
리뷰어: 양하쓰, 20년 1월, 조회 69

공포의 이미지만?

이 작품은 술을 마시고 산에 오른 주인공이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술김에 지름길로 가보자는 생각에 내려올 때만 쓰던 길로 무리해서 올라간다. 그러다 발을 헛디디게 되고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잃었다.

이후 그는 휴대폰을 잃어버린 채 혼자서 어두컴컴한 산에서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 과정 중에 새들의 소리, 북소리를 들으며 정신적으로 내몰리게 된다. 마지막에는 오밤중의 산에서 들릴 리가 없는 말소리가 환청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이토록 여러 소리들에 고통받으며 패닉에 빠졌던 주인공. 그러나 생각보다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평화로운 벌레들 소리와 바람 소리에 안심하면서.

사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별로 복잡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 소재가 특이하다면 특이했지, 익숙했던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이야기 자체는 흔한 편이다.

문제는 이 작품이 공포의 이미지만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호러를 직역하면 공포이다. 그러나 단순히 공포만 전한다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괴담이나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하는 짤과 공포소설이 다를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공포의 이미지만 전달받으며 드는 생각은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묘사력을 나타내고 싶었나?’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다.

바로 중심 소재인 소리를 ‘신경 긁는 소리’, ‘초침소리’, ‘비웃음 소리’ 등의 표현들로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의 다른 표현들도 너무 비슷한 느낌만 든다. 이런 작품의 경우 주인공의 심리가 점점 더 불안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그의 심리를 대변하는 소리도 조금씩 변주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섬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그러나 여기서는 계속 반복되는 표현들 때문에 주인공에 불안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의미하게 나열되는 소리들

소쩍새, 검은등뻐꾸기, 직박구리의 울음소리, 물소리, 북소리, 말소리. 이 작품에서 등장한 소리들이다. 혹 한두 개는 빠졌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소리들만 보고서 드는 생각은 ‘왜 이 순서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주인공이 물소리에 안도하는 장면만 보면, 소리가 그의 심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소리들은 어떤 역할인지 도무지 알기가 어려웠다.

비록 짧은 글이라고는 하나 중심 소재가 있는 한 짜임새가 분명히 있어야 할 텐데, 그런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내가 숨어있는 의미를 못 찾았나?’라고 분명히 생각했지만, 만약 찾아내지 못했다 해도… 이 작품에서 그런 의미를 숨겨놓았다는 인상도 전혀 받지 못했다.

 

 

하나의 이야기로 발전할 가능성

이 작품에서 받은 인상을 요약하자면 괴담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 볼법한 실화, 체험담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그래서 사실상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다. 인물들 간의 갈등, 문제와 해결, 발전과 변화 등의 소설적 요소나 구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소재만큼은 단연 특이했다. ‘소리’라는 소재는 이전에 나도 <조용한 방>이라는 단편에서 다룬 적이 있었다. 소리가 중심 소재는 아니었지만, 중요한 장면에서 써먹은 적이 있었다. 같은 소재를 다룬 글을 보며 반가웠던 느낌이 컸지만, 사실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긴 했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다.

특히 주인공에 개성이나 매력을 주기가 어려웠다면, 적어도 ‘소리’라는 소재를 살리는 역할을 다했어야 했다. 평소 소리에 강박이 있을 정도로 민감하다거나, 새의 생태나 울음소리 연구하는 인물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물론 이 작품에서 그가 새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인물로 보이기는 하나, 구체적으로 그가 왜 새에 관한 지식이 그토록 풍부한지 말해주었다면, 그가 새소리에 공포를 느끼는 장면이 더 생생했을 것 같다.

전체적인 인상은 아쉬움이 컸으나, 소재 면에서 꽤 흥미를 느꼈으므로 앞으로 더 발전하리라 기대되는 작가이다. 앞으로 더 멋진 작품들을 써주길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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