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갑옷과 검을 내려놓은 우리의 판타지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호귀(虎鬼) (작가: 테라리엄,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0년 1월, 조회 179

이 작품은 편집부의 추천이 있었던 장편 연재작으로, 전부터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크게 후회했죠.

이 작품을 이제야 읽다니…!!

장편을 쓰고싶은 작가지망생 중 한 사람으로서, 이 글은 장편을 재미있게 쓰기 위해 참고할만 한 것들이 잔뜩 담긴 지침서와도 같았습니다. 반나절도 안 되서 연재분을 다 읽어냈으니 글의 재미는 두말할 것도 없겠지요.

언제부터인가 이런 배경의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꺼내게 되는 잣대가 있었습니다.

‘이 글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잘 녹아들어있다.’ ‘이 글은 판타지 요소가 약하다.’

이유도 모르고 집어든 그 잣대의 정체는 지금 생각해보니 ‘서양의 판타지’였던 것 같습니다.

사전에 쓰여있는 판타지소설의 정의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주제로 한 소설.- 이더군요. 그것이 꼭 D&D나 톨킨 선생의 세계관에 맞추어져야 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는데 저도 모르게 단위가 다른 도구로 어설프게 작가님들의 작품을 재고 있었던 거지요.

 

‘호귀’는 정통판타지 소설입니다. 화승총이 등장하니 배경은 조선의 어느 시기인 것 같은데, 우리 땅을 지키던 여러 신령한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서양판타지에서 주로 인간의 적으로 등장하는 몬스터와는 다릅니다. 또한 아름다운 외모와 멋진 활솜씨를 자랑하는 엘프나 사대원소를 형성화한 정령과도 다르지요.

신수(獸)라 불리우는 이 동물들은 적 아니면 아군으로 구분되는 서양의 것들과는 성격을 약간 달리 하는데 , 이 작품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도 작가님이 이 신수들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호귀’에는 판타지하면 으레 등장해야 할 것 같은 검과 마법이 없습니다. 대신 한국적인 정서인 한과 자신의 사나운 팔자에 맞서 싸우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작품에서 몇 안 되는 악역인 착호군 대장이나 한양에서 온 박수를 보면서도 아주 밉지만은 않은 것이 작가님이 인물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워낙 잘 만들어놓으신 이유일 겁니다.

그들에게도 뭔가 그들만의 한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그런 사람들과 신령한 동물들이 모여 한 편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직 연재중인데 오래오래 써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당연히 존재하는 표현처럼 써왔던(저만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형 판타지’라는 단어는 이제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귀’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끝내주게 재미있고 완성도도 높은 장편소설… 이 될 겁니다.

아직 완결이 되지 않은 상태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시는 작가님의 능력을 보았을 때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은 0.00001%도 없다고 감히 자신합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독자님들이 이 글을 보시고 제가 느꼈던 감동을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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