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준 선물>은 목공예가 ‘수현’이 어느날 우연히 ‘동아’라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수현이 자신의 목공예 수업을 들으러 오는 동아를 점점 알아가고 가까워질 무렵 갑자기 동아가 실종 되고 수현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사라진 소녀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아이의 마지막 실종 장소인 경주로 간 그녀는 선재라는 신비로운 인물과 만나게 되고 경주에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새로운 세계와 지나간 시대의 비밀을 탐험하게 된다.
현재 (12/24)까지 총 28화, 640매 분량이 연재된 <당신이 준 선물>은 ‘경주가는 길, 신라의 시간, 아미타의 세계, 다시 지상으로’의 4 Chapter로 나뉘어 진행된다. Chapter의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수 있듯이 경주는 현대판타지를 지향하는 이 소설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다. 천년고도의 숨결을 느낄수 있는 경주는 수많은 문화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가족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우리에게 친숙한 도시이기도 하다.
수현은 소설에서 국립 경주박물관, 안압지, 첨성대, 천마총, 석굴암,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등의 유적지들을 방문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문화유산들은 역사의 발전, 선인들의 기억과 경험, 지혜를 반영하는 유물이자 사료이며 동시에 인간의 감성과 지성에 호소하는 예술작품이다. 또한 이 같은 역사를 간직한채 도심 속에서 살아숨쉬고 있는 유적들은 소설에서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을 잇는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소설의 인물들을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거친 변화의 물결 안에서 현세의 사람들은 잊고 또 잃어버린 신비한 코드를,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희미하게 속삭이는 것이 바로 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경주로 가는 길‘과 ‘신라의 시간‘에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수현과 선재의 느린 호흡의 차분한 답사가 펼쳐진다. 애초에 답사를 위한 목적이 아닌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들의 여정에서 언급되는 작품 한두 점은 수십 점의 작품을 보는 것 못지 않은 충만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사색과 치유의 시간을 보낼수.있었다. 마치 산해진미로 풍성한 밥상이 아닌 매콤한 김치찌개 한 그릇과 같은 답사를 함께 한것 같은 느낌이랄까? 주인공 수현도 안압지에서 만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며 비가 개고 난 후의 청명한 하늘만큼이나 밝은 기운을 느끼고 문득 학창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왠지… 나라도 기억해줘야겠다 싶더라고요.“
잘알지 못하는 아이를 찾는 이유에 대해 물을때마다 수현이 했던 대답들이다. 수현의 대답을 들으며 어쩌면며 우리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건 진실과 정의, 인간 고유의 본성을 회복하기 위해 타인을 향해 작지만 흔들림 없는 발걸음을 묵묵히 내딛으며 온기를 담은 손을 건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그들의 여정을 지켜보며 함께 하고 싶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백 퍼센트 확신을 하고 시작하는 일이 얼마나 되겠어요. 일단 그냥 한번 해보는 일이 더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