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먹을 때 이달의큐레이션

대상작품: <라오상하이의 식인자들> 외 5개 작품
큐레이터: 한켠, 8월 25일, 조회 236

이스라엘 왕이 성 위로 통과할 때에 한 여인이 외쳐 가로되 나의 주 왕이여 도우소서. 여인이 대답하되 이 여인이 내게 이르기를 네 아들을 내라 우리가 오늘날 먹고 내일은 내 아들을 먹자 하매 우리가 드디어 내 아들을 삶아 먹었더니 이튿날에 내가 이르되 네 아들을 내라 우리가 먹으리라 하나 저가 그 아들을 숨겼나이다.(열왕기하 6장 26~29)

최흥원(崔興源)이 아뢰기를,

“굶주린 백성들이 요즘 들어 더욱 많이 죽고 있는데 그 시체의 살점을 모두 베어 먹어버리므로 단지 백골(白骨)만 남아 성(城)밖에 쌓인 것이 성과 높이가 같습니다.”

하고, 유성룡이 아뢰기를,

“비단 죽은 사람의 살점만 먹을 뿐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도 서로 잡아 먹는데 포도군(捕盜軍)이 적어서 제대로 금지하지를 못합니다.”

하고, 이덕형이 아뢰기를,

“부자 형제도 서로 잡아 먹고 있으며 양주(楊州)의 백성은 서로 뭉쳐 도적이 되어 사람을 잡아 먹고 있습니다. 반드시 조치를 취하여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뒤에라야 서로 죽이지 않게 될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금지시키기 어려울 것입니다.”(선조실록)

성경과 실록에 나온 식인 얘기를 읽으실 때 어떠셨나요. 혐오스러우셨나요 슬프셨나요 무서우셨나요 아니면 다른 감정이 드셨나요.

사람이 사람을 먹을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기아에 시달리다 못해 생존하려고, 애도의 의미로 죽은 이의 영혼을 내 몸 속에 간직하기 위해, 복수의 완결판으로, 인육이 병을 고쳐준다고 믿어서, 미식을 하려고…다시 말하면 식인을 할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유가 없는 식인은 엄격하게 금기시 되지요. 그러나…작가들이란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먹지 말라는 건 꼭 먹고 싶어하는 인간들이라 굳이 식인을 소재로 글을 쓰기도 합니다.

 

1. 라오상하이 조계지의 뒷골목 식당

 사천년의 식인의 이력을 가진 나는, 처음에는 몰랐었지만, 이제는 알겠다, 진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

사람을 먹은 적이 없는 아이들이, 혹시 아직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 

루쉰(노신)의 <광인일기>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계속 <광인일기>가 떠올랐습니다. <색,계> 같은 영화에서 본 것 같은 1934년의 라오상하이(올드 상하이)의 조계지에서 서양인을 잡아 먹는 강시 남자와 살인자만 잡아 먹는 중국인 여자가 서로 얽히는 이야기입니다. 서양인과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서양인들에게 멸시받는 ‘모던보이’ 강시와 여자들을 죽이는 살인자를 처단하는 치파오 입은 여자는 같은 시기 근대화를 겪은 한국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요.

2. 인육의 맛

사실 이 작품은 부성애가 넘치는 좀비 소설입니다만… 좀비 소설에서 인육 맛에 대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생각해 보면 좀비도 혀가 있으면 미각이 있을 텐데 말이죠…(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슬프고 감동적인 소설입니다.) 인육은 먹어볼 수가 없으니 상상해볼 수 밖에 없는데요. 이 작품에 따르면 꽤 고급진 맛이라고 합니다. 좀비 사태 와중에서도 입맛 까다로운 아들을 챙겨 먹여야 하는 아버지의 고단함을 느껴보시죠.(그러고 보니 미식가 좀비 소설 혹시 있는지 추천 받습니다.)

3.  사사사사람 맛 궁금해 허니?

위의 작품을 보시고 사람 고기 맛에 호기심이 생긴 분들이 계실 겁니다…보통은 호기심에서 멈추죠. 그런데 그 호기심을 굳이 해결해 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돈 많은 엘리트에 호감가는 인상들인데요. ‘나’는 그 중 일본 왕실 혈통의 순수하고 ‘요정 같은’ 현진과 특별한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미스테리한 현진의 정체와 호감과 광기를 급격하게 오가는 ‘겁쟁이 식인종들’의 상태는 도저히 예측 불가입니다.

그나저나, 어르신들이 고기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날것으로, 양념 없이 신선한 걸 먹어야 한다고 하시던데요…

4. 제목만 보고 19금일 줄 알았는데…

메르스, 사스 같은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회식 때 술잔 돌리기 하지 않는 건 기본 위생 수칙이죠. 아무리 내가 열심히 손을 닦고 알콜솜으로 사무실 책상을 닦아 대면 뭐 합니까. 회식 때 팀장님이 첫잔을 쭉 마시고 헬리코박터균을 담아 술잔을 돌리시면 말짱 꽝인 것을…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분위기 꺨 수 없고 ‘부서 화합’도 망칠 수 없어서 눈 딱 감고 잔을 받는 직장인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자기 살을 잘라 굽는 이 기괴한 회사의 회식은 사실 자기 건강 바쳐 가며 회사에 문자 그대로 ‘헌신’할 수 밖에 없는 직장인들을 비유한 것 아닐까요. 회식 때 네 살도 한 점, 내 살도 한 점 먹는 행위는 단합과 결속을 위해 개인의 삶을 포기하는 직장 생활을 비판한 게 아닐까요.

 

5. 만두 빚을 때 돼지고기가 없으면 다른 고기 쓰면 돼유, 참 쉽쥬?

‘만회’ 반점의 ‘만회’는 뭘 ‘만회’한다는 걸까요. 아마 딸들은 한번쯤 상상해 봤을 겁니다. 시간을 돌려서 젊은 엄마를 만난다면 하고 싶은 말을요. “엄마, 결혼하지 마. 나 낳지도 마.”이런 말이었을 겁니다.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으로 딸을 낳고 계획 임신으로 아들을 임신한 여인. 아들을 임신했다고 하니 시가는 축하하며 고기를 먹여 주는데, 여인은 그날 밤 혼자 깨서 고기를 다 토하고 맙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죠.’나는 구덩이로 밀쳐질 것이다’ , 이 아이를 내놓아서는 안 된다.

시간이 흐른 후 ‘갱년기’가 오고 딸은 독립하고 아들은 다 큰 날들을 살면서 여인은 자꾸 소화가 되지 않고, 사는 게 헛헛합니다. 그러다 먹게 된 ‘만회반점’의 만두는 이상하게 소화가 잘 되고, 여인은 그 비결을 알게 됩니다. 고기를 좋은 걸 써서 그렇다는 걸요. 구정 아침, 여인은 시아버지와 남편에게 만둣국을 차려 내놓는데요…

6. 간헐적 단식=간헐적 폭식

죽은 자의 능력/영혼이 자기에게 옮겨오게 하기 위해 시신을 먹는 풍속은 실제로 있지요. 그런데 그건 먹는 사람 입장이고, 먹히는 사람 입장은 어떨까요?

돈 많은 노인이 연고 없는 고아 청년에게 수상한 제안을 할 때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부해야 하죠. ‘그런 좋은 제안이 왜 나에게 왔을까’를 생각해 보면 정답이 나옵니다. 100%사기나 범죄라고요. 그렇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꼭 그 제안을 받아들이죠.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은 혼자 감금되어서 굶으면서 며칠만 버티면 1억을 준다는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죠. 그렇게 ‘간헐적 단식’ 끝에 고아 청년이 먹게 된 음식은 바로…

 

이외에 식인에 관한 작품을 알고 계시다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셀프 추천도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