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낯설어질 때 감상

대상작품: 어금니 (작가: 김의현, 작품정보)
리뷰어: ilooli, 7월 20일, 조회 23

어릴 때 가장 무서웠던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치과에 가는 것이었다. 의학기술이 발전한 요즘은 그렇게까지 아픈 것 같지 않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는, 당시 나이가 어렸기에 더 무섭고 더 아프게 느껴졌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확실히 더 아팠던 게 맞았다.

그렇다고 치과에 가지 않고 버티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치통이라는 것이 어찌나 고약하고도 찌릿찌릿한 아픔인지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 몸의 일부인데도 불구하고, 그 고문에 가까운 통증이 찾아올 때면 내 몸에서 당장 떼어내 분리해 버리고 싶어지며, 통증에 대한 분노 때문에 치아에 대한 적대감마저 솟구치게 되는 건, 비단 나만 느껴 본 심정은 아니리라.

그런 순간에는 그 치아가 원래는 내 몸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독자적인 의지를 지닌 별개의 존재가 나를 위협하는 것 같은 착각에마저 휩싸이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어릴 때 치통으로 인해 느꼈던 그러한 착각과 공포심이 오래간만에 되살아났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에게는 그러한 경험이 단순한 착각으로 그치지 않는다. ‘정말로’ 독자적인 의지를 지닌 별개의 존재가 그를 위협한 게 맞았던 것이다!

마지막 결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혹시나 주인공이 조현병 환자라서, 사실은 혼자만의 망상이나 상상에 빠져 있는 상황을 그린 내용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며 소설을 읽어내려 갔는데, 결말을 읽으니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이다. 어찌됐든 기괴하고 섬뜩한 결말이다. 독자들은 이런 경험을 기대하고 호러 소설을 읽는 게 아닐까.

인간의 상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미지의 존재. 그리고 그 존재가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위해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이런 것들은 언제가 호러 소설의 매력적인 소재가 되는 듯하다. 무더운 한여름 밤, 덕분에 이 소설을 읽는 동안이나마 더위를 까마득히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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