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매드 사이언티스트 스페-샬-☆ 뿅!

대상작품: <시라스 시에도 시체부활자> 외 6개 작품
큐레이터: 보네토, 20년 12월, 조회 100

안녕하세요, 본문에서만은 점잖기로 결심한 중년의 가장, 뼈수집가입니다.

평소 ‘어, 이 글들 미친X드ㄹ… 아니, 광기의 과학자 큐레이션으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 기회를 틈타 한 번 묶어보고자 합니다.

 

순서는 최신순, 그러니까 글 번호 순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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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를 그닥 흥미롭지 않게 읽었기 때문에, 작가 코멘트에 적힌 오마주 이야기에 안돼! 매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야(!?)를 외치고 말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눈마새/피마새 세계관으로도 이런 매드 사이언티스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니 놀랍지 않으십니까? 육체를 벗어던질 생각을 한 나가는 다음엔 정말 하늘치의 환상유적을 이용하여 이런 것을 꿈꿀 수 있을 법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수님과 영원히 한 몸을 공유하게 된 제자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영원히 스승을 떠날 수 없게 된 제자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저는 진짜 등골이… 어휴;

 

디아틀이 그에 대해 뭐라고 말하려 했을 때 시라스 시에도의 시체를 얹은 기계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웅웅거리는 구동음을 내더니 가속기가 발광하며 전하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윽고 가속기로부터 전하가 조사되어 시라스 시에도의 머리를 때렸다. 그러자 시체가 경련하며 팔다리를 꿈틀대기 시작했다.

“전구를 보십시오!”

제어 장치를 조종하던 시라스 시에도가 외쳤다.

“불이 들어왔습니다! 뇌가 활동하기 시작한 겁니다!”

 

뱃속에 무엇이 있다며 한 남자가 병원을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 뱃속을 아무리 엑스레이로 찍어봐도 뱃속엔 정상적인 장기들밖엔 보이지 않아요. 심지어 엑스레이를 찍기 전 남자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뱃속에 있는 그것은 아무래도 그 남자의 형제라는 것 같은데요- 이야기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뭐?가 되는 vanishing entity를 소개합니다. (사라진 본체 쯤으로 번역하면 될까요?

 

“…

‘네 형제는 어디 있니?’

처음 듣는 얘기였죠. 나한테 형제가 있다고?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아빠는 더 이상한 이야기를 하였어요. 하지만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죠. 너무 너무 무서웠어요.”

“무슨 얘길 하던가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서 이야기를 끌어내야 했다. 이 환자가 힘든 기억 때문에 얘기를 멈추면 안 된다. 현명한 정신과 의사였다면 ‘힘들면 그만 해도 돼요. 내일 다시 얘기해봅시다.’라고 환자를 진정시켰겠지만, 난 그렇지 못 했다. 내 호기심이 너무 강렬해졌기 때문이었다. 그 환자는 어린아이처럼 겁먹은 얼굴을 하고 말을 이었다.

 

 

폴트하임 데스발트 백작이 광기에 가까운 노력을 퍼부어 개장해낸 동물원에는 세상 모든 희귀한 생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로크, 설인, 페가수스, 유니콘… 그러나 그 중, 사람들이 단연 최고로 친 생물이 있었으니 – 황금빛의 몸, 금빛의 갈기, 한 쌍의 웅대한 날개, 형형한 눈을 번쩍이는 독수리의 머리, 게다가 그 위 자리잡은 한 쌍의 크고 아름다운 사슴뿔까지 가진 혼드 그리폰이 그것이었습니다.

이 뿔 달린 그리폰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백작은 그것을 위해 무슨 짓을 했을까요? 마침내 백작이 등장할 때까지, 우린 눈을 부릅뜨며 읽을 수 밖에 없겠지요.

백작이 과학자인 건 아닙니다만, 그 광기와 탐구욕은 과학자의 그것에 걸맞습니다.

 

“신성모독입니다!”

얼굴이 붉어진 베르바누스가 소리쳤다.

“지상의 짐승들은 하나하나가 완벽한 신의 걸작들입니다. 그 기적을 인간의 손으로 훔치려 들다니, 있어서는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구스돌프가 코웃음 쳤다.

“있어선 안될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있을 수는 있더군요. 지금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과학잡지 기자의 냉소적인 인터뷰. 인터뷰이(interviewee)는 자신이 알아낸 사실에 미쳐가고 있는 것이 확실했습니다만 인터뷰어(interviewer)가 그 광기에 동조될 필요는 없죠. 예쁜꼬마선충에게 실험에 대해 설명해 줄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인간에게 **생식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았지만, 꽤 시골에 있단 얘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그럼 차를 몰고 갈 때 내비게이션을 켜고 가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내비게이션 기록을 뒤져 보면 어디에 들렀는지 전부 저장이 되어 있거든요. 그 여자가 다닌다는 수수께끼 같은 회사가 어디인지를 찾아낼 수 있는 겁니다. 그 여자가 누구인지, 도대체 무슨 비밀스러운 연구를 하는 것이었기에 그렇게 꽁꽁 감추었는지, 지금은 어디 갔는지 드디어 알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알아냈나요?”

나는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드디어 내 뒤틀린 영혼의 호기심이 충족되려는 순간이었으니까. 한편 이야기하는 그 역시 흥분하고 있기로는 마찬가지였다. 남한테 제대로 털어놓은 적 없는 이야기를 내뱉으려는 사람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단어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쌓아 가며 대답했다.

이 대답이야말로 내가 그의 이야기를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맘쯤일 것 같네요. 어떤 가을에, 서독의 작은 도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남자가 고해를 위해 성당에 찾아옵니다. 주임 신부님의 부재로 젊은 보좌 신부님이 대신 남자의 고해를 받기로 하지요. 그리고 남자가 토해낸 말들을, 신부님은 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 죽을 때까지, 또는 죽지 못할 때까지.

…보통 나치 떡밥은 재미있는 법이죠(?)

 

잠시 그때를 떠올리는 듯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신부는 멍한 얼굴로 남자가 햇던 말들을 되짚어 생각해 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대로 있으면 홀린다, 홀릴 것만 같다. 혼미한 정신 속에 침묵이 알베리히의 손길처럼 하느작거리며 관자놀이를 쓰다듬고 있는 듯했다- 신부는 중얼거렸다.

“사람이, 사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커튼 너머에서 남자가 단호한 태도로 말을 잘랐다. 그리고 신부가 말할 기회를 박탈하며 음악적으로까지 들리는 격정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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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놓고 보니 [진실을 알게 되어 고백하는 자, 그 진실을 들어 (우리에게) 옮기는 자]의 대화라는 공통점이 있는 듯도 한 매드 사이언티스트 스페셜, 어떠십니까. 으스스한 겨울에 한 번 읽어보심이?

이상 직장에서 탈출하고 싶은 뼈수집가였습니다.

 

+ 박부용 님의 유령열차도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것까지 하면 너무 많은 당선작만을 찾아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합니다.

(이엽)

+ 역시 생각나는 글이 하나 더 있었는데, 작가님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검색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생각나면 추가하겠습니다 OTL

+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하기에 너무 귀여워서 탈락(?)한 글이 하나 있는데요, 유권조 님의 큰 뱀의 껍질입니다. 그래도 팬심으로 언급해 봅니다.

“이딴 비주류 학파를 따르는 게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