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운 화자 이달의큐레이션

대상작품: <잘 먹는 네가 좋아> 외 5개 작품
큐레이터: 므사, 20년 12월, 조회 186

많은 경우, 1인칭 화자를 통해 서술되는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관점으로 읽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도저히 이입할 수 없는 화자, 혹은 사건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것 같은 화자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의 말을 의심하며 읽었던 작품들을 소개하려 해요.

 

김모아 – 잘 먹는 네가 좋아

‘의심스러운 화자’라는 주제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화자는 기괴한 할로윈 한정 음료를 보며 무엇이든 주는대로 잘 먹던 중학교 시절의 친구를 떠올리는데요. 화자의 입장에서 이 작품은 ‘자신의 결핍을 채워주는 능력을 지녔던 친구와 오해가 생겨 헤어지게 된 쓸쓸한 기억’을 곱씹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제삼자의 시점에서는 어떤 이야기일까요?

 

서계수 – 아내의 미소

아내와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며 화자는 아내를 추억합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선로로 뛰어들어 함께 죽은, 선량하고 예뻤던 아내를요. 그리고 아내의 우아하고 단아한, 웃는 듯 마는 듯 애매한 미소를 떠올리는데요. 잘 웃고 상냥하고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게도 하던 아내에게는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던 점들이 있었습니다. 호인인 장인어른은 싫어하는데 불량해보이는 처제는 끔찍히 위하고, 출산한 이후 점점 더 우울해하고, 이따금 치아가 드러날 정도로 활짝 웃었다는 것. 특히 사고가 일어난 그 아침에 활짝 웃으며 배웅하던 아내에게 위화감과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실이 계속 신경 쓰입니다. 대체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던 걸까요? ‘화자가 참고 양보했던 결혼생활’은 과연 어땠을까요?

 

유우주 – 구원해주시오, 나의 선녀님

멸망한 세상, 인생의 전부였던 아내와 아들을 잃고 화자는 길을 떠납니다. 우여곡절 끝에 선녀가 관리하는 피난처에 도착하고 무려 천당에 갈 인원으로 선녀에게 선택되기까지 하는데요. 화자는 자신이 선택 받은 이유를 ‘가장 착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제삼자의 기준에서도 화자가 여러 선택의 기로에서 도덕적인 길을 택하려고 노력한 사람일까요? 이야기는 어떻게 끝을 맺을까요?

 

모해 – 사소한 거짓말

어린 시절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거짓말이 성공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던 화자. 초등학생 때 했던 ‘일상적이고 사소한 거짓말’에 발목을 잡혀 목숨을 잃게 되는데요. 사실 이 작품의 화자는 그 때의 그 거짓말이 사소한 것이었다고 진심으로 믿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단지 자신의 책임을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어서 스스로를 속이려는 느낌입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두 작품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운 화자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상환 – 나의 미친 친구를 소개합니다.

‘진정한 친구라고 믿었는데, 나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린 것이라니!’ 라고 화자는 주장하지만, 그의 불안정한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어쩐지 의심이 생깁니다. 화자는 진실에 다가선 걸까요?

 

이시우 – 넷이 있었다.

아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바라본 맞은 편 아파트에는 똑같이 생긴 네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명씩 이쪽으로 걸어올 때마다 가족이 바뀌는 듯한데요. 화자의 시점을 따라가도 호러이고 화자를 의심해도 호러인 작품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 정말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