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상황 속 사춘기 소녀의 혼란스러운 감정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빛나는 세상 속에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양하쓰, 19년 10월, 조회 76

<빛나는 세상 속에>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바탕으로 16살 소녀 다현이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다현은 엄마와 외삼촌, 한동네에 살던 자연언니와 다른 생존자들과 무리지어 벙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야기 속의 실제 인물들은 여럿이나 작품의 주제와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다른 인물들은 거의 배제하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좋았다. 매일 살아남기 위해 한정된 식량으로 버티던 도중 벙커의 위치가 발각되는 사건이 터지고, 몇몇 인물이 희생된다.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다현은 그동안 믿어왔던 자연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된다.

개인적으로 단숨에 몰아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강렬한 장면 묘사는 물론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어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했다. 특히 자연의 가정환경에 대한 언급이 나와 다현의 의심에 믿을 수밖에 없는 개연성까지 부여했기 때문에 더욱 강렬하고 슬픈 마지막이지 않았나 한다.

다만 인물에 관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작품 중 다현은 고작 16살. 중학교 3학년에 불과하다. 그런데 16살인 것 치고는 너무 깊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좀비 사태가 발발하고 매일 생존해야 하는 극한의 환경이라고는 하나 가끔 따라가기 어려운 생각의 조각이 빈번했던 것 같다. 좀 더 쉬운 말이었으면 독자 입장에서 더 와닿고 공감되었을 것 같다. 다만 다현과 자연 모두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 있는 인물로서 ‘불신하라’는 어른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와닿았다. 그럼으로써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의 균형을 이루게 되어 작품이 지루하지 않게 되었다.

다음으로 문체와 묘사에 대해 몇 가지 감상을 적고자 한다. 먼저 묘사가 감정적인 것에 치우쳐 있는 것 같았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주인공 1인칭으로 전개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문체의 장황함과 더불어 알기 쉽고 구체적인 묘사가 적어 자연스럽게 읽히는 느낌이 덜했다. 중단편의 특성상 주인공의 내면에 집중하는 것도 좋겠지만, 내면과 상황의 균형을 조금 더 맞췄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문체가 전체적으로 길고 문장들의 구조 또한 복잡했다. 작품의 분위기를 위해 의도한 것일 수도 있으나 독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이야기조차 복잡하게 느껴져 다소 부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묘사에 조금 힘을 뺌으로써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심리를 더 부각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만큼 작가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탁월해 외부의 상황은 최소화하고 인물의 심연만을 파고드는 작품을 쓰게 된다면 훨씬 더 몰입도 있고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직접 개선점을 요청한 ‘장르적 요소의 부족함’에 말해보려고 한다. 이게 참 애매한 것이… 작가의 특기는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 것인데 ‘장르적 요소’에도 이 장점이 충분히 필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그래서 작가가 원하는 것이 장르 색이 강한 작품이라 한다면, 두 가지의 보완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것보다 외부의 상황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을 늘려보라는 것이다. 가령 작품에서 다현이 자연언니에 대해 회상하는 부분은 다현의 시점을 계속 유지하되, 다현이 자연언니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늘어놓는 것보다 그녀를 관찰했던 내용, 나누었던 대화, 거기에서 다현과 자연은 각각 어떻게 반응하였는지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아니면 좀비 사태가 터지기 전과 이후에 비슷한 장면을 등장시켜 두 장면을 오버랩시켜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통해 작품의 입체적인 장면을 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두 사람의 심리를 유추하게 만드는 효과도 생기게 될 것 같다.

두 번째는 문체의 개선이다. 현재 문체는 순수문학에 가까운 장황한 길이를 자랑하는데 요즘 장르소설의 특징은 짧은 문장과 빠른 전개 속도이다. 이 작품을 장르적으로 바라본다면 조금은 느리고 읽기 힘든 축에 속하는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문장을 연습하면 좋을 듯하고, 가독성을 위해 문단의 길이를 조금 줄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좋은 작품이므로 앞으로 더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를 많이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입니다.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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