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훗, 생각납니다.. 막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아무것도 모르고 계약직으로 시작한 영업직이,
공부하는 와중에 일자리가 갑자기 생겨 배워보자는 의도로 영업이라는걸 해보니 될 리가 없죠,
그 와중에 또 사내에 여성분들은 얼마나 많은 지, 이런게 사회생활이구나라고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몇달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이라는 잣대가 주어지더군요, 넌 잘하고 넌 중간, 난 끝자리?
잘난척 하는 인간, 가식적인 인간,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 집착하는 인간, 예의없는 인간, 가지각색
사회생활이랍시고 몇달 접해본 세상은 그렇게 혼란스럽기만하고 서로보다는 자기만 챙기는 곳이라는
생각에 철밥통을 얻고자 나름 다시 노력하게 됩니다.. 물론 노력한다고 달라진건 없었습니다..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의 취직을 하고 세상을 배우고 사회를 느끼고 나름 살아갈 수 있는 나름의 울타리를
만들어 이제는 중년의 배불뚝이가 되어 어설픈 꼰대짓을 해대곤 합니다.. 그렇게 정수기 매니저님께서
집을 방문하시는 날, 신형 직수관 필터를 장착한 냉온정수기의 교체를 전문가적 설명과 수요자적 마인드로
유도를 하시곤 깔끔하게 타제품과 비교해보세요하고 가십니다.. 기존 정수기 위에는 매니저님 명함이 똬악,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정수기 한대조차도 수많은 경쟁상대를 물리치고 최선의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 부산물이라는 사실, 세상에 많은 직업은 그 나름의 영역속에서 그 역할을 해내곤 합니다..
그리고 그 영역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즐거우면 더 좋죠, 일속에서 사랑도 찾고 연애도 하고 즐기면서
살 수 있다면 힘든 돈벌이가 그닥 어렵지는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작품 “정수기”속의 선애처럼
말이죠, 그녀는 새로 입사한 젊은 영업사원에 눈길이 갑니다.. 사실 지금 선애는 자신 앞에 앉은 호종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호종의 동기 영걸에게 가있죠, 영걸은 그가 보유한 외모에 걸맞은 인기를
사내 여성에게서 받고 있죠, 선애 역시 그를 마음에 들어합니다.. 심지어 영걸은 영업적 능력도 뛰어납니다..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죠, 야근 후 영걸은 선애를 집까지 태워주면서도 기본적인 예의를 잊지 않습니다..
여느 남정네들과는 다른 매너에 선애는 오히려 그가 바람둥이가 아닐까 의문이 들지만 생각할수록 좋아집니다..
근데 자꾸만 영걸의 모습에 눈이 좇을때 그녀의 눈에는 호종이 나타납니다.. 언제나 말이죠, 왜일까요,
호종은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선애에 눈에 그는 너무나 자주 나타나죠, 날 좋아하나?
그래서 지금 선애는 시작처럼 회식자리에서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습니다.. 영걸이 좋지만 호종이 궁금하니까,
재미진 로맨틱 스릴러물입니다.. 드라마를 잘 접하지 않는 저로서 문득 얼마전 눈에 띄던 드라마가 떠오르더군요
내용은 전혀 모르지만 이미지만은 그 드라마의 상황과 닮아 보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이나 소재나 내용은 흔한
느낌이고 전형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가볍습니다.. 소설속 반전이 나름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 역시 어떤
전형적인 스릴러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갑니다.. 그보다 여주인공인 선애가 그려내는 심리적 표현과 그 공감은 아주
즐겁고 현실적인 상황적 묘미가 넘칩니다.. 대단히 가볍고 대화투의 감성적 문장들이 보여주는 대중적 즐거움이
저로서는 읽은 재미가 가득하더라구요, 선애의 가정사가 드러나기 전까지 이어지는 스토리의 가벼움은 후반부의
반전상황을 돋보이게 하는 나름의 효과도 있었습니다.. 물론 선애라는 인물에게 비춰진 두 남자에 대한 속물적 시선과
누가 좋고 누가 싫은 지, 회식자리를 비롯한 이어지는 상황을 묘사하는 여주인공의 시선의 분잡함은 있었지만
중반 이후에 펼쳐진 긴장감 넘치게 펼쳐지는 스릴러적 감성도 저로서는 단편이 주는 간결함에 걸맞게 이미지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잘 그려지고 작품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더군요, 그렇지만 좀 황당하긴 하죠, 갑자기 등장하는 반전적
상황의 이야기로 인해 주인공인 선애는 어느순간 어디로? 또한 작품의 앞과 뒤가 완전히 달라져버리는 스토리라인으로
소설의 연결 매개가 되는 선애의 아버지와 관련된 연결장치도 아주 허술하고 부족해보입니다.. 단편이라 줄여든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전형적인 상황적 대치로 인해 충분히 즐길 수는 있으되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고
미흡한 인물전개의 사건 개입의 개연성은 개인적으로 작가님께서 이 작품을 일종의 연작의 형태로 이어나가려는 의도라고
합리화할랍니다.. 그러니 좀 헐거운 부분이나 미흡한 후반부에서 펼쳐진 상황에 대한 후속 이야기은 앞선 선애라는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시금 이어서 저같은 어설픈 독자에게 선보여주시면 얼매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체적인 작품의 성향이나 가벼움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초반부와 중간부까지의 선애라는 인물의 시선과
심리적 묘사로 그려진 상황의 즐거움은 현실감 넘쳐서 무척 좋았습니다.. 웃으면서 즐기는 독서의 느낌이 다분했습니다..
다만 중반 이후의 갑작스런 상황의 전환과 전개는 앞선 말씀 드린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단순하게 읽고 즐기는 매력은
개인적으로 흔한 대중적 편안함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작가님께서 어떤 의도를 가지셨건 저로서는 작가님이 쉽게쉽게
작품을 상황적 이미지를 상상하시며 즐거운 마음으로 저처럼 즐기면서 집필하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뒤와 연결장치와 개연성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고 소설의 큰 구심점이긴 하지만 저로서는 흔한 로맨스와 스릴러를 생각나는대로 독자적 마인드로 쭈욱쭈욱 써내려가신 것 같은 이 작품의 자연스러움에 오히려 점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조금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연작의 형태로 다듬고 이어나가주시면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즐거움과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작품은 기본적인 틀과 구성과 의도와 모든 전문적인 영역의 방법론도 좋지만 흔한 이야기를 즐겁게 엮어내는 능력에 대해서도 저는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집필과 좋은 퇴고로 좋은 작품, 그리고 즐거운 작품 많이 선보여주세요, 건필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재미지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