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만 가면 아이가 풍선을 사려고 합니다..
놀이공원만 가면 캐릭터 모양의 떠오르는 풍선을 사달라고 보챕니다..
수십개의 풍선을 사서 아이가 원하지 않을때까지 불어제낍니다..
이제나저제나 터질까 두근거리며 불어넣은 바람에 아이는 오히려 즐겁게 까르르거립니다..
적당히 바람이 든 풍선을 손으로 둥둥 띄우며 아이는세상을 다가진 듯 즐거운 비명을 질러댑니다..
순간순간 뻥뻥 터져버리는 풍선에 아이 엄마가 깜딱깜딱 놀래면 아이는 더 좋아서 죽습니다..
아이가 조금 바람이 빠진 풍선을 좋아서 문지르면 들려오는 풍선의 비명소리에 어른들은 귀를 막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어린 아이때 보았던 풍선의 즐거움은 터질까 두렵고 끼익거리는 고무의 마찰음에
짜증스러움이 조금씩 묻어납니다.. 그렇게 풍선을 대하던 아이때의 즐거움은 무뎌져만 갑니다..
그럼에도 언제나 우리들에게 풍선은 어린시절 노란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고 싶은 상상이 가득하죠,
그런 예쁜 꿈을 꾸며 하늘 높이 날으는 풍선의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못하는데 그 풍선의 가느다란 실에
사람이 죽은 체 매달려 있다니요, 죽은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못하고 더 높이 날아오르지 못하고 하늘에
정지된 체 대롱대롱, 가능한 일일까요, 대단히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상상적 두려움으로 그려진 좋은 단편을
만났습니다.. 내가 불고 우리가 불고 아이들을 위해 얼굴이 터지도록 불어대던 그 풍선이 세상의 두려움이
되어버린 단편작품 “풍선’입니다..
소설속 나는 세상의 모난 이미지를 찍습니다.. 보통은 범죄현장이나 사고현장을 찍는 일종의 파라라치와
비슷한 크롤러라 불리우는직업으로 일반적을 밤에 많이 벌어지는 범죄나 사고를 찾아다니는 나이트 크롤러가
일반적이지만 난 조금은 경쟁이 덜하고 한산한 낮동안 돌아다닙니다.. 그런 나에게 우연히 닥친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벌어진 풍선사건은 대단한 건수로 큰 돈벌이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남들보다 앞서 15층
높이에 풍선에 매달린 시체를 촬영하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보 구체적인 상황을 목격하게 되죠, 그리고
헬기가 도심상공에서 풍선을 제거하고하지만 어떤 이유로 헬기가 많은 시민이 모여 바라보는 도로로 추락하게
됩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나는 큰 돈을 만지게 되죠, 하지만 막상 헬기가
추락한 후 하늘로 떠오른 풍선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처음 공중에서 제거한 풍선에 매달린
사람외에 헬기 추락현장에서 또다른 풍선이 떠올랐으니까요, 그가 목격한 풍선에 목이 매달린 체 대롱거리던
시체 외에 폭발한 헬기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또다른 풍선이 두둥실 떠오른것이죠, 이게 뭘까요, 왜?
색다른 소재와 내용으로 대단히 스릴감 넘치는 상상력이 보여지는 즐거운 작품입니다..
풍선에 매달려 죽음속에 내버려진 인간의 모습을 작가는 그만의 상상력으로 나라는 인물을 통해 상당히
농밀한 심리적 두려움으로 그려냅니다.. 짧은 단편이긴 하지만 작가는 처음 등장한 풍선의 설정으로 인해
조금씩 그 의도를 넓혀가는 상황적 전개를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지만 궁금증을 자아내게끔 보여줍니다..
초반부의 긴장감과 풍선이 주는 상황적 몰입은 조금 줄어든 반면 풍선이라는 매개가 가져온 종말론적 상상은
오히려 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생각과 의도를 고민하고 집필하신 노력은 굳이
말씀을 드리지않아도 눈에 드러내는 부분이지만 단편이라는 이유로 후반부에 농밀한 심리적 몰입과 미지의
풍선의 진실이 깔끔하게 드러나지않고 어느정도 뭉개지면서 마무리한 느낌은 좀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풍선이라는 설정의 의도를 드러내고 상황이 주는 몰입과 진실로 다가가은 나라는 인물
의 긴장도를 높여주는 서스펜스적 감성을 추가했더라면 더 좋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풍선이라는 소재와 설정,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독창적 스토리와 종말론적 상상력이 주는 스릴러적 감성,
단편이라는 틀속에서 작가가 어느정도 그 틀을 유지한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능력을 보는데 있어서 일반
독자로서의 독서의 매력이 가득합니다.. 좋은 작품이었고 또 가능하면 이 설정이 좀 더 유지되고 길게 이어지
면 더 좋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이일경 작가의 다른 단편인 ‘피비린내 나는 책갈피’라는
작품도 얼마전 읽었는데 상당히 좋더라구요, 예전부터 작품들을 많이 습작이나 집필을 하시고 브릿G를 통해 선보
이고 계신 듯 합니다.. 비전문적인 대중독자로서 앞으로도 찾아볼 작품들이 꽤 있을 것 같아서 괜히 배가 부릅니다..
새로운 작품,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제가 읽은 기존 작품들도 좋은 설정이니만큼 조금 더 다듬어주시어 추가적 이야기
가 작품속에 구체적으로든 상황적으로든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건필하시고 앞으로도 자주
찾아뵙는 작가님이 되어주세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