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 작가님의 <스트로베리 필즈는 영원히>를 읽으며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이 소설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나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여전히 ‘사랑의 여름’에 머물고 있는 소설 속 히피들이 생각나서였을까? 그 모든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에 몰두하던 그들의 젊음과 열정이 여름의 열기 속에서 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우리는 히피운동을 어떻게 봐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히피운동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 속에서 현실을 거부하고 이상을 추구했던 젊은이들의 치기 어린 반항에서 비롯된 실패한 혁명에 불과한 것일까?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날 일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삶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그 시절 히피들은 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을 갈망했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추구해나갔다. 여행과 음악, 환각을 통해 삶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던 히피들이 있었던 반면에, 또 다른 방식으로 진리를 탐구했던 히피들도 존재했다. 바로 반권위주의와 사회변혁의 분위기는 받아들이면서 정치와 환경운동 보다는 테크놀로지에 주목했던 이들이다. 테크놀로지를 통해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홀 어스 카탈로그 (Whole Earth Catalog)>라는 잡지가 바이블이었다.
<홀 어스 카탈로그>는 당시의 첨단기술 또는 아직은 기술로 구현되지 않았지만 히피사상을 현실화시킬 빛나는 아이디어로 무장된 제품과 서비스들이 소개된 잡지였다. 자유와 공생, 공유와 개방의 히피문화는 이들의 존재로 인해 오늘날의 PC와 인터넷, SNS로 구체화될 수 있었고,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과 트위터라는 글로벌 혁신기업들도 탄생할 수 있었다. 시대의 화두로 남아 있는 스티브 잡스의 말 “Stay Hungry, Stay Foolish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살아가라)”도 <홀 어스 카탈로그>의 폐간호에 등장한 세상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10대의 잡스가 읽고 기억하고 있다가 세월이 흘러 재인용한 것이다. 잡지의 창시자 스튜어트 브랜트는 1995년 타임지 기고문을 통해 PC와 인터넷 혁명은 모두 대항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의 기고문의 부제는 “우리는 모두 히피에게 빚을 졌다.”였다.
“결국 끝날 일은 끝나게 마련이었다. 그 해 여름이 그랬듯, 그리고 스트로베리와 선플라워 한 쌍이 그랬듯,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어떤 것들은 변하고 불탈지언정 완전히 사라지지만은 않는 것이다.
‘그래 다시 한번 가 보자.’ 하고 나는 중얼거렸다. ‘전부 불탔지만 불타지 않고 남아있는 게 있을거야. 스트로베리를 만나는 거야.’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선플라워가 외친 이 말의 의미는 그 시절 진리를 탐구하는 여정을 함께 했던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들의 힘만으로 빛나는 시기를 만들었던 것에 대한 자랑스러움, 앞으로도 세상이라는 진실한 교실에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스스로를 향한 다짐 같은 것 아니었을까? 그 시절 진실한 사랑에 눈 뜨고, 자신만의 진리를 탐구했던 기억은 앞으로도 선플라워가 삶을 살아가는 근간이 될 것이다.
“선플라워, 난 이미 떠났어. 내가 가버렸다고 모든 게 끝난 것처럼 굴지마. 중요한 건 그 다음에 네가 뭘 보고, 뭘 듣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야. 진리는 결국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거야.”
선플라워가 환각 속에서 들었던 연인 스트로베리의 말처럼 ‘사랑의 여름’의 지속 여부는 결국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 아닐까? 그 시절의 온기의 지속 여부는 앞으로의 삶에서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진리는 결국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니까. 언젠가 삶이라는 이 위대한 여정을 회고하며 우리 스스로 미소를 짓는 순간이 올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