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자면 난 천선란 작가의 엄청난 광팬이다.
천선란 작가의 전작인 무너진 다리가 완결난 뒤로
매우 아쉬워하고 있던 중
이름 없는 몸의 연재 소식이 들려왔다.
이 말도 안 되는 연재텀과 심지어 좀비물이라니!
도저히 바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완결이 두편 남은 시점에서
내가 지금까지 이 작품에서 느낀 건
다른 좀비물과는 다르게
아주아주 느리다는 것이였다.
어떤 것이? 바로 좀비가.
지금까지 내가 본 좀비물은 전부
물리면 바로 좀비가 되거나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내가 본 좀비물에 한해서지만.
이 글은 시작점부터 다른 좀비물과는 다르게
무당이라는 존재가 죽은 몸에
영혼을 불러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게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그들을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라 말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돌아온 사람들은 이장의 아내처럼
공격성이 나타나기까지도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가장 큰 주요인물들은 모두 여자라는 것이다!
심지어 각자의 개성도 매우 뚜렷하고 매력적이다.
내가 느낀 이 작품의 여주인공들의 특징은
승연은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고
유미는 현실에 순응하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승연은 진실을 감추려하고
유미는 진실을 밝히려한다.
나는 승연이 처음엔 이 마을의
진실을 밝히려는 태초의
사람이였음에도 친구인 영림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지키기 위해 결국 마을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느껴쟜다.
어쩌면 아주 강한 집착일지도 모르겠다.
지켜주지 못한, 함께하지 못한,
더 나은 선택을 해주지 못한,
영림이 결국 떠나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에
후회와 미련이 겹겹이 쌓여
다시는 놓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면 유미는 모두가 말리는 일에 뛰어들어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유미의 주변에는 그녀와 함께해주는 인물이 있다.
바로 다희, 처음엔 다희가유미보다
나이가 많다는 점이 신기했지만
점점 다희의 어른스러운 부분이 보였다.
특히 이 부분에서 말이다.
“적어도 그게 범죄였고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은 알게 되지 않습니까. 그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다고 봅니다. 알아야 해요. 그래야 그에 맞는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으니까요.”
난 이 글에 ‘이름 없는 몸’ 이상으로 어울리는
제목은 없다고 생각했다.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결국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은
실제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단지 움직이기만 할 뿐인
그 몸들을 말이다.
앞으로 완결까지 두 편,
과연 마지막에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은
누가 되어 있을지,
유미와 다희는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그것은 어떤 진실일지 나 또한 이야기 안에서
그들과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