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을 풀어내니 작은 소녀가 한 명 – 미싱 도로시 감상

대상작품: 미싱 도로시(Missing Dorothy) (작가: 미스공, 작품정보)
리뷰어: 아이버스, 19년 7월, 조회 56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저항’이란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마음의 평정을 깨뜨리는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 시에 억압되었던 내용을 의식화시키고 싶지 않은 인간은 이에 대해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특정 상황에서 도피하는 행동을 일컫습니다. 사람은 자랑스러운 부분을 드러내며 자존감을 높이길 좋아하는 존재인 거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수치스러운 일이나 부끄러운 기억에는 그걸 미화시키거나 부정하려 애쓰려 노력합니다.

<미싱 도로시>란 제목을 보았을 때 <오즈의 마법사>란 소설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느낀 건 역시 작가님이 ‘도로시’라는 주인공을 내세운 점. 플롯이 오즈의 마법사란 주인공을 내세웠던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잔혹동화란 컨셉에서 보듯이 동화를 재해석해 현대 사회에 내세우고자 하는 주제도 글을 이끌게 만들었던 점 같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도로시, 배경은 현대의 우리나라입니다. 주인공의 부모님은 전형적으로 자식을 성공시키고 싶어 안달이 난 부모를 보여줍니다. 마치 꼭두각시같이 실에 매달린 주인공 도로시는 마치 무대에 매달린 종이 인형 같은 전개를 보여줍니다. 수많은 사교육과 높은 성적과 기대를 요구받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부담감에 얽매여 내세워져, 이전 학창시절을 스쳐 지나가는 남 이야기 같지 않게 여겨지니까요.

제가 이 작품을 읽어나갈 때 묘하게 인상이 강하게 비슷하게 느껴지는 영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판의 미로>란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도 소녀가 주인공이며, 주위의 가족들은 따뜻함보다는 차가움과 주위의 잔혹함이 느껴집니다. 거기에 판타지가 스며들어 기묘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가 사실 분명하게 여겨지진 않습니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어두운 시기를 겪었던 주인공 오필리아의 단순한 망상인지 (그녀의 주변 상황을 보면 충격을 받고도 남을 상황입니다.) 아니면 정말로 판타지 그 자체인지 분간을 하긴 어렵지만 그 어두움과 소녀의 순수함이 묘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인상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 도로시가 토토와 함께 창가로 오즈의 나라로 가려 하는 장면을 통해,  그녀는 정말 환상의 나라로 갈 것 같았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합니다. 다음 챕터에서 그녀는 우울증과 관련된 정신병적인 인상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녀가 만들어낸 건 정말 환상일까, 아니면 정신병적 증상으로 인한 환시나 환각 증상일까.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작품의 분위기는 극도로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탑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죠. 도로시는 자신이 살려 하던 ‘에메랄드 캐슬’의 삶에 대한 무언가가 깨져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나타난, 오즈의 마법사를 보았다면 알 수 있는 허수아비, 양철, 사자 이 세명의 등장인물이 도로시와 함께 합니다. 그리고 이로서 이어지는 전개는 잔혹동화의 컨셉을 분명하게 따라갑니다. (스포일러이기에 작품을 끝까지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로써 허수아비는 지혜를, 양철나무꾼은 감정을, 사자는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로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도로시의 이야기는 그녀가 만들어낸 저항일까, 아니면 진짜 판타지 이야기인가. 그에 대한 고민은 글을 다 읽고 나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옭아매었던 무언가가 풀려나가는 느낌입니다. 그녀는 자유롭습니다. 다만 좋은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오즈를 통해 어떤 소원을 빌고 싶었는지는 생각해 보면 값비싸거나 이룰 수 없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동화나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어쩌면 이를 곱씹어 보면 생각할 거리가 계속 늘어나는 거 같습니다.

여담으로 이 작품을 보시고 독자분들께는 <판의 미로>란 영화를 같이 봐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묘하게 이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았고, 또 잔혹한 면이 있긴 하지만 독특한 판타지아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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