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장르문학의 메카가 된 브릿G에는 빼어난 장르문학 작품들이 많은데, 특히 좀비물의 경우엔 여러 차례의 공모전을 거치면서 양질의 좀비물들이 탄생하여 좀비매니아들을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출간과 연극, 영화로 진출하는 뛰어난 작품들을 보면서 ‘브릿G에서 왠만한 좀비물은 눈길도 끌기 힘들겠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저 또한 호러를 좋아하고 다양한 글을 쓰고 싶으면서도 막상 좀비물에는 도전을 주저하게 되더라구요.
한참 자신감이 떨어진 참에 읽게 된 이 작품은 역시 여기 좀비는 다르다 하는 만족감과 함께 제 도전의식을 더욱 떨어뜨리는 아주 괜찮은 작품이라 아직 몇 편되지 않은 연재회수지만 많은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연재된 내용은 아주 단순합니다.
가까운 미래로 예상되는 대한민국에서 출현중인 좀비를 제거하고 뒤처리를 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긴급대응팀 공무원들의 이야기입니다.
뭐랄까 공무원들의 고충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뇌리에 다가온다고 할까요?
까라면 까야 하는 상명하복의 공무원문화는 좀비가 출몰하는 세상에서도 여전합니다.
거기에 주민들과의 마찰, 언론에게 받는 스트레스같은 부분을 굉장히 실감나게 묘사해서 좀비물이라기보다는 리얼리티 가득한 수사물을 보는듯 합니다.
워낙 초반이라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가 없으나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만을 놓고 보면 이 작품은 장점을 특출나게 잘 살린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님은 스토리의 탄탄함이나 등장인물의 매력을 강조하시기보다는 사실감넘치는 현장묘사를 초반부터 쉼없이 몰아치시는데 덕분에 다른 곳에 눈돌릴 틈없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더군요.
작가님이 이야기를 길게 끌고가실 생각이 아닐까 예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 작품이 눈을 사로잡는 매력이기도 합니다.
좀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정부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글 초반에 짧은 설명조차 없지만 이야기에 빠져드는 데에는 어떠한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사실 좀비물에 지나친 개연성을 부여하려고 하다보면 글 읽기가 피로해집니다.
좀비라는 존재자체가 개연성을 약간 배제해야 더 공포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쉼표없이 달리는 속도감과 그 안에서 살아있는 사실적인 묘사, 과거 사람이었던 자들을 ‘처리’하며 사신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하는 현장공무원들의 애환이 잘 녹아들어있는 멋진 좀비물 장편을 한번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날씨가 후텁지근해지는데 함께 보내기 딱 좋은 작품이 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