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대세는 MCU (Mega-power Creature Universe)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뱀파이어 피살사건이었는데 (작가: 김태연, 작품정보)
리뷰어: 이두영, 6월 17일, 조회 75

1. 분명히 뱀파이어 피살사건이었는데

 

간발의 차이로 뱀파이어 소일장 기간을 넘긴 불운의 글이다. 그렇지만 어디 소일장이라고 읽고 아니라고 안 읽으랴?

여름 초입 작가라는 은둔처에 숨어있던 뱀파이어 무리들이 이때다 싶었는지 우르르 일어나, 브릿G 중단편을 갑신정변 김옥균마냥 잠식하였다.

이미 김옥균이 도주한 뒤에야 한발자국 늦게 조선의 개화를 꿈꾸며 한양에 당도한 젊은 유생의 심정이, 이 작품과 얼추 동병상련이 아니겠는가, 하고 짐작할 따름이다.

읽기 시작하며, 읽으며, 읽고나서, 생각했다.

‘분명히 뱀파이어 피살사건이었는데, 어…’


2. 재래한 신화의 시대, ‘유니버스(Universe)’

 

서사시와 연극의 시대에서 출발, 시와 소설의 시대를 지나, 영화를 필두로 한 영상 매체물의 시대를 누리다가, 이제는 스마트폰과 VR을 위시한 또다른 시대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그러자 흥미로운 현상 하나가 발생했는데, 구비전승 또는 문자기록으로만 표현이 가능했던 신화적 세계가 기술의 발달을 통해 실물적 감각으로 구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단언컨대 기술 발달을 통해 실물적인 감각으로 ‘부활한 신화의 시대’에 이 작품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 원작자 톨킨 경이 영화로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며 코웃음쳤던 이유는 간단하다. 신화의 세계를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그런데, 만들었다. 2000년의 기술력이 이미 그것을 가능케했고, 그 결과 영화는 판타지 장르의 무덤으로 통하는 아카데미에서 온갖 상을 쓸어담았다. 수많은 인물 군상들이 저마다 제 역할을 하는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아직도 생생히 각인되는 까닭은 특정 인물이나 특정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이 영화를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중간대륙 신화 그 자체를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중간대륙이라는, 문자로 기술되는 것 이외에는 전달이 불가능한 상상 속의 또 다른 세계(Universe)가, 그렇게 우리의 눈앞에 펼쳐졌다.

이 영화의 여파로 2000년대 한동안 서구 중세풍의 판타지 영화와 소설들이 우후죽순마냥 양산되었다. 허나 CG기술이나 특정 전투장면의 경외감 등을 흉내내는 수준에 불과함이 대부분이라, 그 대부분의 영화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졌다. (혹은 <나니아 연대기>처럼 원작의 명예에 처절할 정도로 미치지 못했거나.)

그렇게 기술 발전을 등에 업은 ‘새로운 신화의 세계’가 저무는 듯 했으나, 2010년대를 넘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새로운 신화의 세계 – 즉 유니버스(Universe)’는 저물지 않고 차츰차츰 성장했다. 바로 게임이라는 분야에서.

 

 

예시로 들 것이 너무 많지만 대표적인 예시로 누구 하나 반론하지 않을 작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니버스가 그러하다. 90년대 초반에 출시된 <워크래프트>는, 어느날 나타난 오크들과 인간들이 전쟁을 벌인다, 라는 간단한 설정만 배경으로 두고 있었다.그러다가 후속작 <워크래프트2>에서 상업적 성과를 거두더니, 이후 <워크래프트3>에 이르러 디테일한 세계관(Universe로서의 세계관)이 구축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거대한 규모의 ‘블리자드 유니버스’가 탄생하였다. (물론 이 유니버스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참혹할 정도로 망했다는 가슴 아픈 사실은 애도하는 마음을 가지기로 하자.)

유니버스는 아마도 현대의 스토리콘텐츠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핵심 요소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인가? 이는 두 가지 차원에서 그러하다.

첫째, 상술했듯 기술의 발달은 상상 속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감각적으로 구사할 만큼 그 수준이 높아졌다. 이 점은 ‘유니버스의 시대’가 가능한 이유이다.

둘째, ‘유니버스’는 성립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성공적으로 성립하는 순간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진다. 상술한 블리자드 유니버스의 경우만 해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서른을 넘긴 필자 이두영이 중학생 시절에 발매되었으니 무려 20년 조금 덜 된 시간을 아직까지도 버틴 게임이다. 블리자드 유니버스라는 신화 속 세계에서 서사가 중단되는 법은 없다. 죽었던 영웅과 악당들이 부활하고, 동료였던 영웅들이 반목하다 어느 한쪽이 타락하고, 적으로 싸우던 두 집단의 영웅들이 거대한 적에 맞서기 위해 합심하고, 사라진 고대의 존재를 다시 부르고, 또 죽었던 영웅이 짜잔 다시 나타나고… 유니버스가 성립되는 순간, 즉 신화가 성립되는 순간 신화는 계속해서 신화 자체적으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재생산한다. 이러니 자본주의 현대사회에 자본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투자하는 게 당연할 수 밖에.

자기네들이 만든 영웅들을 가지고 카드 게임 <하스스톤>을 만든 것도 마찬가지의 선상에 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 성공적으로 수립한 세계들을 이제 계속 다른 양식으로 치환하고 지나간 서사를 다시 생산할 것이다.

이쯤 생각하니, 유니버스 생산에 가장 유리한 종목은 게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게임은 ‘로그인’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순간 그 게임의 유니버스 안에 플레이어가 체험적으로 개입한다. 소설과 영화가 제공하던 것보다 한층 더 직접적인 방식이다.

허나 유니버스의 위력이 게임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유니버스의 구축’이 상업적으로 가장 크게 성공한 최근의 사례를.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설명이 필요 없다.

<아이언맨>의 성공을 필두로 쌓아올린 10년의 대장정.

모든 히어로들이 <어벤저스>로 귀결됨은, 히어로들 각각이 가지고 있던 테마들이 -예컨대 나르시스트 쿨가이 토니 스타크라든가, 다정한 이웃 피터 파커라든가- 어벤저스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영웅들의 무용’ 속에 퇴색됨을 필연적으로 암시했으며, 이 점에서 신화 세계의 활극으로 넘어가버린 MCU에 씁쓸해하는 입장들이 종종 눈에 보임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어쨌든 분명한 점은, 지금의 시대가 바로 그 고대적 신화 세계의 이야기로나 가능하던 광경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에 이르렀다는 점 그리고 이것은 자본 투자가에게 매우 매력적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 하나로 이 신화적 유니버스의 세계를 매우 많은 수용자들이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프로레슬링의 대명사인 미국 레슬링 단체 WWE는 언제부턴가 ‘WWE 유니버스’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프로레슬링이라는 종목이 선수들을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적 캐릭터로 부각시키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레슬러 캐릭터 하나하나를 유니버스의 영웅들 혹은 빌런들로 구축시키는 모습이 그닥 어색하지 않다.

 

 

그 뿐 아니라 방탄소년단의 앨범 시리즈는 각각 가사와 뮤직비디오에 동원된 상징물로 은유적/상징적 스토리텔링을 구축, 그리하여 BTS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중이며, 팬들 사이에선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상징과 암시를 찾아내어 숨겨진 스토리를 해석하는 것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에 대해 멤버 민윤기(SUGA)는 ‘(팬들이 우리의 뮤직비디오를 해석하는 게)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것까지 찾아내는 식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다, 라는 의미)’하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곳곳에 숨겨진 요소들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팬들. 유니버스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는 순간, 창작자 뿐 아니라 수용자들까지 적극적으로 유니버스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이른바 ‘(수용자의 자발적) 2차 창작’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아, 물론 유니버스가 성공적으로 수립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무턱대고 유니버스’만’ 만들려고 하면 망한다. 우리는 그 사례를 이미 보았다.

 

역시, 설명은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나마 이건 양반이다.

 

이 리뷰 쓰려고 이미지 파일 검색하다가 ‘아, 이런 것도 있었지’하고 겨우 기억났다(……)


3. 아무래도 대세는 MCU, 역시 MCU인가보다.

 

저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으나 새로운 세기의 신화로서 ‘유니버스의 시대’가 현대를 표현하는 이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대표적인 유니버스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들 수 있다는 점에 (MCU의 내용물에 대한 불만은 있을 터이나 MCU가 유니버스의 성공적 사례라는 점에는) 수긍하시리라 생각한다.

오죽하면 단독 MCU도 성립하는 세상이지 않은가.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마동석. 한 명의 배우가 장르와 유니버스를 모조리 완성시킨 독보적 사례이다.

내가 왜 MCU 대세론을 장황하게 늘어놓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이 리뷰 대상작 <뱀파이어 피살사건이었는데>가 유니버스를,

그것도 다른 유니버스가 아닌 MCU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뒤를 이은

새로운 MCU(Mega-power Creature Universe)를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겠다, 아무래도 대세는 역시 MCU인가보다.

 

아니 근데 젠장,

분명히 나는 이 작품을 읽고 느낀 신묘한 감상을 적으려고 했는데

왜 결론은 MCU로 이어지나.

 

아무래도 이건 원작의 영향을 받아 리뷰 또한 같은 양상을 겪는 게 아닐까 싶다.

‘분명히 뱀파이어 피살사건인데….’하면서 글을 읽으니,

‘분명히 리뷰 감상문인데…’하면서 새로운 MCU가 탄생했음을 성토하고 있다.

 

젠장, 이 글은 분명히 리뷰 감상문이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뭔 소리를 싸지르고 있는건가 싶다.

이 작품은 분명히 뱀파이어 피살사건이다.

그러나 그 정체는 감히 정의하건대 ‘메가파워 크리처 유니버스’ 이다.

작가가 ‘왜 이런 작품이 나왔나…’ 하듯이

나 또한 ‘왜 이런 리뷰가 나왔나…’하면서, 새로운 MCU의 탄생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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