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모르는 어떤 소년이 있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참을성 없던 소년에게 어떤 사람이 실 달린 구슬 하나를 줍니다. 어떤 일이든 실만 당기면 그 순간을 바로 넘길 수 있지만, 실을 되 감을 순 없습니다. 소년은 그렇게 손 쉽게 위기를 구슬에 있는 실로 넘깁니다. 감질이 난 소년은 실을 쑥 당겨 어른이 됩니다. 하지만 어른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의무에 고통 받습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여러 난국에 지쳐버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며 그의 주위를 떠나버리는 사람들과 늙어 점차 기력을 잃는 주인공. 그로 인해 작은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다는 교훈적인 일화입니다.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예전 학창시절 도덕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나라 말에서 ‘죽인다’라는 말은 참 다채롭습니다. 앞에 뭘 붙이느냐에 따라 끔찍한 의미가 되기도 하지만, 또 새로운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이 붙으면 그거의 생명을 빼앗는다가 됩니다. 하지만 음식에 붙으면 그 맛이 훌륭하다가 됩니다. 그리고 시간에 붙으면 그 시간을 허비한다는 의미가 되어 버리죠. 아마 [킬링 타임]이라는 제목을 처음 읽을 때는 저는 이 의미에 초점을 두고 읽었습니다. 한 순간을 허비해 버린다. ‘죽인다’라는 의미처럼 시간의 본색을 흐뜨려 놓는다는 의미에 가까워 보입니다.
주인공의 ‘PD’ 능력은 ‘시간을 죽이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본문에서 시간은 단순히 군것질을 하듯 쓸데 없이 낭비하듯 지나가 버리는 시간이 아닙니다. 이 작품에서 눈 여겨 봐야 하는 건 시간을 다루는 이 작품의 자세입니다. 시간을 마치 이성을 갖고 생명이 있는 사람과 같은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PD를 면담한 신입요원 빌리는 PD의 능력을 이용해 그가 시간을 살해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독특하다 여겨집니다. 시간, 즉 순간 하나하나는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여기서 저는 독특함이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사람을 죽여서 안된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지켜야 할 윤리적 가치입니다. 사람은 이성적 존재이고 자신과 동등하게 살아 숨쉬는 존재를 손으로 말살한다는 거 자체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PD가 없애버릴 수 있는 시간은 그 사람과 함께 온 동반자 같은 존재입니다. 빌리의 묘사를 통해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은 빈 껍데기 같은 삶을 살았다 묘사합니다. 이 처럼 한 명의 시간은 고통스러움과 그와 함께 온 동반자 같은 존재로서 다뤄집니다. 마치 생명을 불어넣은 느낌까지 들어 함부로 하기 껄끄러운 존재 같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 던질 수 있다고 봅니다. PD가 손쉽게 시간을 지우는 게 정당했는가?
글을 읽으면서 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들 중에는 남의 시간을 죽이는 PD의 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PD의 손길로 그는 남부터 시작해 자신의 부모에게까지 손을 끼쳐버린 행동에 쉽게 공감을 느끼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PD를 무조건 비난하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어보는 3번째 측면은 이 PD의 성장 배경과도 자세히 연결된다고 시작됩니다. 이 작품은 묘하게 PD의 성장배경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 그의 능력과 묘하게 연결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본문을 읽어보시면서 앞의 질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시면 더욱 재미있게 이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당신의 순간은 특별합니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은 밋밋하고 지루하다고 생각되시나요? 당신의 순간은 얼마의 가치를 매기실 수 있다고 생각됩니까.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글을 읽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