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녹차빙수님의 덕후라는 걸 밝히고 글을 시작하려 합니다.
녹차빙수님은 글을 구상하실 때 내용 뿐 아니라 항상 어떤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시기 위한 시도를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잉어의 보은’에서는 여러 장르의 자연스러운 합주와 상상도 못 했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시더니 오랫만에 더욱 새로운 시도를 들고 오셨는데, 그것이 바로 이 글 ‘씨디아이’입니다.
컴퓨터 주변기기 이름 같기도 한 이 제목은 알고보니 저는 알 리가 없는 화학식이었습니다.
‘화학이란 말인가….’
자랑은 못 되지만, 저는 화학과 수학을 포기한 화수포자입니다.
보기엔 멋지지만 제가 구성하는 것은 도무지 안 되는 오묘한 화학식들은 중학교 시절부터 제게 트라우마 비슷한 것으로 남아 접근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풍기는 것 같았지요.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화학식은 일단 살인사건 희생자의 다잉 메시지라는 것에서부터 제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그 묘한 생김새에서는 귀엽다는 느낌마저 주면서 저의 뿌리깊은 거부감마저 덮어두고 글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대학 연구실에서 살해당한 연구원이 남긴 알 수 없는 구조식을 두고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안경으로, 다른 이에게는 땋은 머리 여자의 얼굴로 보이기도 합니다.(다른 시각도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미스테리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진범을 밝혀내는 과정이 아니라 희생자의 약혼자가 사건을 풀어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진실과 주변인들과의 맛깔나는 대화와 이야기를 물 흐르듯 풀어가시는 작가님의 능숙한 솜씨라 생각합니다.
미스테리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고 이해가 되는 딱 떨어지는 결말이라 미스테리를 좋아하시는 독자분들께도 매력적인 작품이니 글 자체의 재미와 장르적인 재미를 모두 붙잡으신 작가님의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물론 정통 미스테리를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후반부에서 너무 쉽게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에 약간 맥이 빠지실 수도 있겠다는 노파심이 들긴 합니다.
그러나 장르를 넘나들며 그것들을 잘 버무려내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저도 조금이나마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제게는 충분히 놀라운 경험이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글의 재미만으로도 많은 분들께 추천할 만한 작품이기 때문에 브릿G의 더 많은 독자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남겨 보았습니다.
글을 다 읽으신 후에는 글에 등장하는 화학 구조식을 주변 지인분들께 보여주시면서 ‘이게 무엇으로 보이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것도 이 글의 소소한 재미가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