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뜬금없는 얘기지만 제 별명이 금붕어 학살자입니다. 지난 오년 간 어항 관리자인 제 손에서 죽어나간 금붕어의 수가 못해도 백마리가 넘어요. 저희 사장님이 추구하는 금붕어의 마릿수가 여덟인데 매번 금붕어가 한 두 마리 남았을 때 새 금붕어를 사오시거든요. 그런 일이 일년에 서너번, 오년 내내 지속 중입니다. 저희 사무실 문 앞에 있는 대형 화분들은 금붕어들의 공동묘지가 되었고 문을 여닫을 때마다는 오버지만 종종 생각날 때면 묵념을 합니다. 특히 화분에 물 줄 때요. 그러다 금붕어 사체가 떠오르면 끄악! 하고 놀라지만요. 올 봄, 또 한번 여덟 마리의 금붕어들이 떼를 지어 떠난 후 사장님도 좀 충격이셨는지 금붕어 구매를 멈췄어요. 저를 탓하시진 않지만 왜 이렇게 금붕어들이 죽어나가는지 모르시겠다며. 근데 저도 궁금하거든요. 제가 특별히 이상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밥도 잘 주고 때마다 약도 잘 주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자꾸자꾸 생기냔 말이죠. 그리고 이유를 찾든 찾지 못하든 정말 더는 금붕어 관리를 안하고 싶어요. 말도 못하는 애들이 자꾸만 죽어나갈 때 느끼는 제 죄책감 좀 헤아려주십사 읍소하고 파요. 인력난에 시달리는 저희 형편상 저 말고는 달리 맡을 이가 없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면 그냥 어항을 빼면 안될까요 사장님? 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저희 사무실 어항이 휴지기에 들어간지 어언 한달. 저의 금붕어 학살자로서의 명성도 잊혀질 즈음하여 만난 소설을 소개합니다. 홍린님의 환상소설, 그 중 어항소년을 말이죠.
어항소년의 몸은 유리로 되어 있어요. 그 몸에 피 대신 찰랑찰랑 물이 차있고 물 속엔 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얼굴에요. 곁들여져 있는 귀여운 삽화를 자세히 보면 네 마리 물고기가 보이는데 온몸이 유리인데 어째서 물고기는 얼굴에만 살까 하는 의문이 잠깐 생기기도 해요. 아직 성장기라 그런 걸까요? 몸이 불완전해서? 어른이 되면 팔 다리 배에도 물고기가 살게 되진 않을까요? 혼자 막 상상했어요. 물고기들이 온몸을 돌면 더 재미날 것 같아서요. 물고기를 얼굴에 둥둥 띄운 채 펍에 간 어항소년. 술을 마실 수는 없으니 대신에 물고기 비늘 영양제를 선택합니다. 그중에서도 섬진강 물맛!! 선택권이 있다는 게 귀엽지 않나요? 마녀 종업원이 섬진강 물맛이 짜다고 걱정하니 어항소년이 떼떼떼 항의하는 게 우스워요. 실제로도 섬진강은 염해 피해로 종종 기사가 올라오는데 우리 물고기 아무 이상 없는 거겠죠? 짭짤한 영양제를 음미하며 좋은 밤을 염원하는 어항소년을 보며 사무실의 금붕어들도 어항소년 같은 관리자를 만났으면 오래오래 소독향 음미하며 일상을 헤엄쳤을텐데 어쩌자고 나를 만나서 단명했는가 미안하고 또 미안해집니다. 오늘 밤 저희 어항이 어항소년이 되어 금붕어 학살자의 꿈에 나타나 떼찌떼찌 해도 모두 다 용납하겠어요. 금붕어들아, 혼자라 외로워진 어항아, 다시 한번 미안해. 사과할게. 힐링 되는 예쁜 글을 써주시는 홍린님께는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남은 편수들도 주욱 따라가며 함께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