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벌레 날개>는 -작품의 마지막에 있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고 한다. 금동의 황금빛과 비단벌레 특유의 초록빛이 서로 잘 어울려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는데, 이는 1975년 경주 황남대총 남분의 부곽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 를 복원한 사진으로 보인다.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는 이름 그대로 비단벌레 날개를 모아 만든 말안장 뒷가리개이다. 비단벌레 날개를 모아 장식한 유물로써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것인 만큼 희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어떻게 그 많은 비단벌레 날개를 구할 수 있었는지, 또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그토록 정교한 말안장 뒷가리개를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이런 불명확함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시킨 것으로 보인다. 비단벌레 날개를 가지고 말안장 뒷가리개를 만들어 내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은 어떤 인물일까, 라는 생각이 서야노를 탄생시킨 것이다.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던 서야노는 열네 살에 수공예 장인 집단에 들어가게 된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장인 집단의 공예대회에서 그의 작품이 으뜸으로 꼽히게 되어 마립간을 만날 수 있는 영예를 얻게 된다. 그 자리에서 서야노는 마립간에게 비단벌레 날개로 말안장 뒷가리개를 만들라는 명을 받게 된다. 마립간은 완성하고 나면 최고 수공예 장인의 칭호를 내리고 저택과 재물을 줄 것이라 약속한다. 그리하여 서야 노는 감포 쪽 마을에 팽나무 숲을 가꾸며 비단벌레를 양식하는 노인을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비단벌레 날개로 뒷가리개를 만들게 된다. 완성한 말안장 뒷가리개를 마립간에게 바쳐야하는 시간이 다가오기시작하면서 서야노는 갑자기 다른 마음이 들기 시작하고,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
최고 수공예 장인의 칭호라는 명예와 저택과 재물이라는 부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그깟 말안장 뒷가리개라 뭐라고- 제 발로 걷어차 버리는 서야노의 모습에서 <달과 6펜스> 의 스트릭랜드를 볼 수 있었다. <달과 6펜스> 를 보면서 가졌던 광적인 열정에 대한 감탄과 동경을 서야노를 보면서 다시 떠올렸던 것이다. 서야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을 하고야 말았다는 것은 장인이라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것이고, 작가 또한 그와 다르지 않게 그만의 어떤 열정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열정-생각하기에 따라서 이 단어를 저마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적어도 나에겐 열정으로 느껴진다!-을 드러내 보이고 싶다는 의도는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말안장을 만드는 과정의 디테일에 너무 신경을 쓰다가 정작 서야노의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열정이나 장인 정신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보였던 것 같다. 서야노의 열정이 조금은 거칠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드러났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작품에서 받는 느낌은 개인마다 그 정도의 차이가 다른 것이니까 뭐…….
처음에 이 작품을 보면서 왜 낯선 비단벌레가 나오고, 더 낯선 말안장 뒷가리개가 나오는지, 그리고 배경이 왜 하필 그냥 왕도 아닌 마립간이라는 칭호를 사용하던 시대인지 궁금했었다. 보다 친근한 소재나 시대였으면 독자들도 읽기 편하고, 또 그만큼 쉽게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그 배경에 있는 정보들을 하나씩 찾아가다보니 그만큼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그만큼 고증에 철저했던 작품이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그랬을 것만 같은 느낌을 보다 선명하게 가져다주는 것이다.
<비단벌레 날개> 는 단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해 몰랐던 우리의 역사를 불러내고, 그 속에서 결코 잊지말아야할 열정이라는 소중함까지 끌어내도록 하는 작품이다. 혹은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도 있으니 직접 한 번 읽어보시길… 아, 그리고 서야노를 달이라고 한다면 6펜스라고 말할 수 있을 한 여인과 얽힌 나름의 반전을 보는 재미까지 즐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