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속에 선 존재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비평

대상작품: 무덤의 풍경 (작가: BornWriter, 작품정보)
리뷰어: , 17년 3월, 조회 89

공포 소설을 좋아한다. 영화도 좋아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모으는 것도 좋아한다.

이유는 그것이 죽음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공포라는 장르, 혹은 공포라는 감정, 그것은

죽음과 가장 가깝다.

 

물론 추리 소설도 죽음에 대해서 다룬다.하지만 논리적 퍼즐을 통해 죽음에 접근하는 감정을

가급적 해결한다. 그것의 관습적 법칙을 이해하게 된 순간부터 애증이 조금 식어버렸다.

하드보일드는 조금 예외로 두고 있다

 

어쨌거나 죽음을 다룬 소설이 여기 있다. 소설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는 것 같다

분량이 너무 짧지만 소설적인 장치들이 있다. 플롯을 통해 해결되진 않지만 약간의 복선 같은 것도 있다.

 

폴딩 나이프와 여자의 무덤이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암시되는 상징성은 조금 추측되긴 한다. A는 살인자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A를 따라 길을 걷는다. 공동묘지라는 숲속을.

 

이 길을 안내해주는 이정표는 없다. 어떤 안내도도 없다.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이 길의 목표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걷는 것이 아니라, 길이 우리를 걷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길은 시간 속에 있다.

 

관경자 A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세계의 어느 한 편에 기억될 이름들과 잊혀질 이름들.

그저 이름들일 뿐이다.

A가 보고 간 것은 잊혀진 이름이 적힌 비문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어짜피 우린 저마다의 생을 기록할 뿐이고, 누군가의 기억에 남겨질 기회는 공평하지 않다.

 

이 모든 사람들은 A의 손을 거쳐간 사람들인가? 이 모든 죽음들의 원인이 A인가?

그럴 듯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을 수도 있다.

이 짦은 플롯속에서 관경자인 A는 그런 의미에서 안톤 쉬거와 비슷하다.

어쨋든 닮은 것 같다.

 

우리에게 모스 같은 참전 용사 혹은 벨 보안관같은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다.

모스처럼 미약한 발악이나, 혹은 보완관 영감님처럼 낮은 탄식으로라도 위로를 던질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작은 바램일 뿐이지만……

 

이것은 어짜피 가장 마지막의 풍경일 뿐이지 않은가.

 

 

장르 소설로써의 기승전결이 없다는 것은 상업 소설으로서는 치명적 약점일지도.

하지만 그가 호흡을 늘려낼 역량이 있다면, 상징과 복선을 숨기는 재능을 어떻게 발휘할지.

기대해 보고 싶다.

 

** 선죽교를 지나는 고양이는 정몽주의 피를 핥았다. 그 후로 그 고양이에게 정몽주의 혼이 붙었다 한다.

고양이의 말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고양이가 미쳤구나, 미친 고양이네 싶어서 또 목을 매달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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