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서 있던 그들을 보았다. 팬아트&캘리

대상작품: 허수아비 (작가: 배명은, 작품정보)
리뷰어: 홍린, 19년 4월, 조회 161

 

숲에 둘러싸인 들판의 둑 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한 방향으로.

모두 음울한 표정에 어깨를 축 늘이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걷는다. 아니, 그렇지 않다.

그 자리에서 그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뒤뚱거리면서.

 

 

“허수아비들을 보았소?”

“…네?”

“아, 오는 길에 보지 않았소?”

 

다시 떠오르는 그들의 눈빛에 손끝이 떨렸다.

 

“네, 보았습니다. 꽤… 인상적이더군요.”

 

나의 말에 노인이 해죽 웃었다. 입술 주름사이로 압니 없는 잇몸이 드러났다.

 

“내 취미요. 유일한 취미. 밭일하다가도 생각나고 밥하다가도 생각나고. 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국수 삶아 먹을까 하거든. 드시고 가쇼. 암튼, 저 연놈들 만드는 게 꽤 재미나.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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