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이 대여점시대에서 스마트폰시대로 넘어오면서 새롭게 주류장르로 자리를 잡은 장르가 하나 있다. 바로 ‘회귀물’이라는 장르이다. 회귀물이란 어떠한 저항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딪친 주인공이 목숨을 잃게되는데, 그 순간 과거로 회귀하게 되어 그 문제에 대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내용의 장르이다. 장르소설의 주인공들에겐 독자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강함’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미래에 벌어질 일을 모두 알고있다.’는 설정이 굉장한 메리트로 작용한다. 그래서 회귀물들의 주인공들은 손쉽게 복권에 당첨되던가,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로 큰 돈을 벌어들이거나, 자신이 죽음을 맞이했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이러한 ‘회귀물’들은 대여점시대의 주류장르였던 ‘게임판타지물’의 정신적 후속작이나 다름없는 장르이기에 여러 잔재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VR의 HUD처럼 자기 눈에만 보이는 게임시스템이라던지, 모든 사물과 인물을 수치화하고 아이템화한다던지, 이제는 너무나 고착되어버려서 그에 대한 별 다른 설정이나 설명조차 없다. 이미 이전 주류장르였던 게임판타지물이 겪었던 장르고착화현상이 말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주류장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 고착화다. 현 시점의 회귀물들은 예전 게임판타지와 거의 똑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 속된 말로 ‘똑같은 내용에 등장인물 이름만 바꿔서 내 놓는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 사건전개고 플롯이고 너무다 전부 천편일률적이라 표절이라는 표현조차 우스운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자신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외면받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이미 성공한 대세장르를 따르는 것은 작가 본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으나, 그 결과로 웹소설시장은 또 다시 ‘양산형’이라는 멸칭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서론부터 회귀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필자가 이 작품 ‘회귀 그리고 검의 맹세’를 읽기 전부터 이러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이 소설의 서술방식은 최근에 유행하는 웹소설용 단막식 문체가 아니라, 과거 대여점 전성기 시절의 김정률 작가 등이 떠오르는 재대로 된 줄글이었다. 재대로 된 배경묘사도 있고 감정묘사도 있고 다름 사건 전개를 위한 암시도 있고, 과거에는 당연하게 보아왔던 이러한 요소들을 요새는 그런걸 갖추었다는 사실에 감격해야하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다.
글의 내용에 대한 리뷰는 스포일러가 되기에 밝힐 순 없지만…
패전국의 성기사였던 주인공 리오는 신들의 힘에 의해 15살의 어린 몸으로 회귀하여 모든 것을 다시 바로잡을 기회를 얻는다. 여기서 여신이 다른 신들과 함을 합쳐서 리오를 다시 과거로 되돌려 보낸 이유가 명확한 점이 마음에 든다. 작가편의적 흔한 설정인 운명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두루뭉술한 이유가 아니라, 신들이 신들 자신의 위치까지 위험해지자 자신들을 위해서 리오를 과거로 보낸 것이었다. 앞서 서론에 다루었던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원인과 목적과 동기가 명확하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소설에서 이 세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인공 리오가 다시 성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 연재분까지의 내용이다. 리오가 기사수련을 시작하고 황녀와 황태자와 얽히기 시작하면서 ‘파트1’과 달리 ‘파트2’ 부터는 전쟁판타지 보다는 드라마의 성격을 띄게 된다. 미래에 어떤 내용이 연재될지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으나, 앞으로도 드라마 전개라면 처음부터 드라마 전개로 글을 시작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으로 추천하고 싶다. 배경묘사는 순수문학처럼 수려하나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은 라이트노벨과 비슷하여 둘 사이의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는게 조금 아쉽
마지막으로 가끔 등장하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대사를 지적하고 싶다. 약간의 유머로써 휴식 같은 웃음을 선사하려 의도한 것으로 보이나, 웃음보다는 주로 작품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판타지 세계관에 몰입해있던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