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안정적인 재미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미래정보역행금지법 (작가: 알렉산더, 작품정보)
리뷰어: 코르닉스, 19년 3월, 조회 80

게으른 감상입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제가 읽은 SF소설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참신한 소재를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상상력의 끝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다른 하나는 SF에서 자주 나오는 소재라 참신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에 안정적으로 안착시켜 재미를 주는 소설입니다. 물론 작가의 역량에 따라 예외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개 지면의 한계나 주제에 따라 집중되는 성향은 다릅니다.

 

<미래정보이용금지법>은 후자에 속하는 소설입니다. 과학이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과학이 사회를 통제하는 작품이나 미래에서 온 정보로 현재의 행동이 변하는 작품이 드물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점이 이 소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어디서 본 듯한 소재이고,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둘이 적절히 어우러지면서 흡입력있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장치를 넣었습니다. 개인적인 분류지만 이 장치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뉘어집니다.

 

먼저 배경 설명을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모습입니다. 작품에는 정말 많은 미래 기술이 등장합니다. 인간과 동등한 지능을 지닌 인공지능, 이족보행 로봇, 스마트 렌즈, EMP, 레일건, 자백 장치, 이온탑 등등. 잠깐 돌이켜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몇몇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소설을 적을 수 있는 정도의 무게감도 가지고 있죠. 자칫하면 과도한 설명으로 사건이 진행되기 전에 지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의도적으로 기술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거나 잘게 쪼개거나 아니면 그저 이야기에서 드러냅니다. 특히 이 부분은 세계에 대한 묘사에서 두드러지는데 미국과 유럽 중심의 질서가 붕괴되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는데도 이를 설명하는데 고작 한 문단만 투자하였습니다. 이런 장르 문학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덕분에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작품 전체가 속도감이 넘치는 장면이 가득하다는 점입니다. 액션 영화처럼 숨 돌릴 틈도 없이 끊임없이 싸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액션이 등장할 때는 대부분 속도가 빠른 장면과 결합되어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런 속도감이 들어가지 않은 장면은 두 곳 정도가 있습니다. 검은 탈과 싸우는 장면과 이온탑에서 싸우는 장면 정도였습니다. 그 외에는 대부분 차량이 달리거나 외골격을 입고 건물을 뛰어넘거나 드론에게 쫓기는 장면이 대부분입니다.

세 번째는 세밀한 복선에 있습니다. 저는 <미래정보이용금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작품 전반에서 끊임없이 복선을 뿌리고 그걸 절묘하게 회수한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 회수가 되거든요. 특히 채림의 정체를 말하는 장면에서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정말 상상도 못 했거든요. 다만 아쉬운 점은 다른 부분의 복선은 괜찮았지만 정작 주인공인 허강민의 복선은 제대로 뿌려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복선이 깔끔하게 회수 되었지만 작품의 가장 큰 반전 중 하나라 그런지 지나치게 숨겼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덕분에 이 부분은 감탄보다는 조금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읽으면 모르겠지만요.

 

전반적으로 이런 장치를 통해 자칫하면 지나치게 복잡하게 보일 수 있는 시간의 모순이라는 소재를 풀어내신 것이 좋았습니다. 미래를 알아내면서 거꾸로 미래를 해당 구현하려 최선의 결과를 무시하는 역설적인 장면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작품에서 전반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등장인물이나 세계가 시간의 모순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다는 점이 있겠네요. 패러독스 게이지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저 그 게이지가 있다는 걸 아는데 누구 하나 그걸 알아보려 하기 보다는 그저 맹종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두려워하는데도 이 기술을 막기보다는 이용하려 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두려워 할 자연법칙의 붕괴 혹은 신의 노여움을 살 수 있을지 모르는데도 말이죠. 얻으려고 합니다. 분명 그 점에서 불만을 드러내는 단체가 있을 법한데도 이분법적인 모습만이 드러나는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서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의 갈등이 명확해지는 모습이 있었지만요. 외전이나 세계관의 다른 모습을 그릴 때 그런 모습이 추가된다면 좋을 거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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