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대]의 리뷰 공모에 붙어있는 작가님의 말을 보면 이렇습니다. “이 글은 테이스티 문학 공모전을 5일 남기고 쓴 글입니다. 제 나름대로의 테스트였는데요. 짧다면 짧은 집필 기간 동안 제가 어느 정도를 해낼지 테스트해봤습니다. 즉, 이 글은 사실상 초고에 가깝습니다. 퇴고는 항상 수개월이 지난 후에 하는 버릇이 있어요.” 이 소설을 읽다보면 거칠거나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들이 보이는데 그때마다 이 소설의 지금 형태 – 초고에 가까운 형태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가요. 이 리뷰에서는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두서없이 적어보려 합니다.
1.
저는 우선 제목이 좋았어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대].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로맨틱한 느낌이 묻어나서 작품 정보를 확인했더니 로맨스, 추리/스릴러 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읽기 시작했어요. 로맨틱한 제목(제 느낌일 뿐이지만)에 끌려서요.
2.
헌혈 경쟁을 펼치는 피 센터라는 설정이 좋았어요. 특히 유명 셰프를 데려와 디저트 경쟁을 펼치는 부분도요. 읽으면서 지금 소설의 배경이 미래인가? 했는데 작품 속에서 뚜렷하게 설명하진 않더라고요. 왜 이 설정 – 디저트와 피센터 – 이 이렇게 재밌게 느껴질까, 생각을 해봤는데 음…그럴듯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한테는. 디저트로 헌혈 지망자를 꼬여 내고 헌혈 숫자로 경쟁하는 센터들이란 설정이 그럴듯하다, 나아가 저라도 미슐랭 셰프가 만들었다는 디저트를 먹으려 헌혈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때문에 이 설정을 근미래로 가져와 sf로 쓴다면 어떨까 싶기도 했어요.
재밌으면서 현실적일 수 있는 설정인데 작품 내에서 너무 배경으로만 기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게 좀 아깝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설정을 더 풀어 쓰려면 아마 장편이 되겠지요.
3.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대]의 총 분량이 원고지 172매에요. 단편 소설로서는 긴 편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 작품이 지금 초고 형태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아마 퇴고에서 넘쳐나는 부분을 쳐내던가 미진한 부분을 늘리던가 할 수 있겠죠. 저는 이 작품을 줄여서 매끈하게 만들기보다는 마음껏 살을 더 붙이고 늘려서, 좀 투박하더라도 장편으로 발전했음 좋겠다 싶어요.
옥상에서 뛰어내린 여주를 남주 A가 구해주는 첫만남을 제일 앞으로 가져온 뒤, 이어서 센터나 디저트나 여주나 남주나 각각의 이야기를 좀더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예요. 중간중간 이 팀(여주와 남주)이 다른 자잘한 사건도 해결을 하면서요. 여주는 왜 마른 신체란 이유로 그렇게 지적질을 당해야 하는지, 전남친의 비밀은 뭔지, A는 어쩌다 뱀파이어가 된건지, 다른 뱀파이어는 더 있을지…..이야기의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인단 말이지요. 그래서 아까운 것 같아요, 이 반짝거리는 설정들이.
* 저는 읽으면서 느낀 점을 종이에 적어요. 처음 읽는 ‘찰나’의 그 느낌이 뭐였는지, 나중에 들춰보려고 적어요. 저만 읽을 용도이고 또 빨리 적고 마저 읽어야 하니까 말을 고르지 않고 적는데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대]에 대해서 적어놓은 것 중 이런 게 있네요. 고대로 옮겨볼께요.
– 남주 미남으로 해주세요. 뱀파이어가 색기 없음 그게 뱀파이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