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를 통틀어 볼 때 러브크래프트는 어떤 것을 얼만큼 일구었을까.
이 물음에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작가로서 전설이 된다는 것, 그 작품이 몇 백년이 지나도 읽히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
책이 재출판 되고 전세계 곳곳으로 번역되며 관련 된 영화가 개봉되고 게임으로도 만들어진다는 것.
신화의 기틀을 마련하며 그것을 창조해낸다는 것.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문학사의 한 획을 긋는 다는 것은 위에 적은 것들 중 단 한 가지에만 해당이 되어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바다.
러브크래프트 본인은 정작 모를 일이지만 그는 참 수많은 것을 일구어냈다.
사람들은 비주류에 시선을 두지 않는다. ‘비주류’이기 때문이다. 그의 도전정신과 자신이 개척하고자 했던 길의 꿋꿋한 개척은 넓게 보았을 때, 이후의 공포 문학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그는 박수 받고자, 인기를 얻고자 글을 쓰지 않았고 자신이 쓰고자 했던 글을 썼다. 크툴루 신화 속에 깃든 우주적 공포는 오직 그 만이 쓸 수 있는 글이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마다 본인의 역량을 뽑아낼 수 있는 장르, 혹은 ‘틈’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로서 그가, 그녀가 비집고 들어가 본인 마음대로 난장판을 만들고 휩쓸어버릴 수 있는 틈.
러브크래프트에게 그 장르는 ‘공포’였고 틈은 ‘미지’ 였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만나 터지는 시너지 효과는 생각 이상이었다. 읽는 사람들에게는 강렬하고도 선명한 기억이 되었으며, 어떤 식으로든 간에 보는 사람들에게는 뇌리를 떠나지 않는 스산한 잔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소름끼치도록 경이로운 문자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러운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