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는 작품 분량처럼 짧게 가겠습니다.
지금 장면들은 분명히 기묘하고, 이미지도 남습니다.
장롱, 흐려지는 시야, 끊기는 말, 이상한 대화 같은 것들이 글 안에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독자가 무서워지기 전에 먼저 길을 잃는다는 점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롤 승급전, 영혼의 30분 한타가 시작되기 직전입니다.
내 캐릭터는 잘 컸고, 코어템도 일찍 나왔고, 이제 뭔가 크게 터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인터넷이 끊깁니다.
다시 접속했더니 화면은 회색이고, 쌍둥이 타워는 밀려 있고, 채팅창에는 이미 난리가 나 있습니다.
지금 독자가 받는 느낌이 조금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 글을 쓸 때 자주 빠졌던 문제라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가 머릿속에는 사건이 선명한데, 독자에게는 그중 몇 장면만 도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그 무서움이 쌓이기 전에 연결이 먼저 끊깁니다.
누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 어떤 관계가 무너지고 있는지, 지금 이 장면에서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알기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귀신보다 먼저 독자에게 손잡이를 주셔야 합니다.
독자는 어두운 곳에 들어가는 건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른 채 불이 꺼지면, 무서운 게 아니라 헷갈립니다.
이 작품은 이미지가 강렬합니다. 기묘한 장면도 있습니다.
다만 소설로 더 세게 작동하려면, 그 이미지들이 독자 안에서 공포로 쌓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지금은 무서운 장면이 없는 게 아니라, 무서워질 타이밍에 접속이 끊기는 느낌입니다.
조금만 더 독자 손을 잡고 들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 덧붙여, 이 리뷰는 주접리뷰 출동 기록으로 남깁니다.
채택은 더 정성 들여 읽어주신 다른 리뷰어님께 돌아가도 좋겠습니다.
저는 이미 롤 한타 비유를 꺼낸 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