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한 뿌리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호문쿨루스 (작가: 캣닙,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18년 12월, 조회 29

먼저 밝혀두자면, 읽기 전에 좀 불안했다. 제목이나 소개글의 문제가 아니라, 대강 60매 이하의 글에 대해서는 늘 좀 불안하게 느끼는 감이 있다. 짧은 분량이기 때문이다. 60매 만으로 훌륭한 글을 써내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부분이 재밌다고 생각해서 쓴 건지 다 전달되지 않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 작품은 39매. 소설로서는 조금 부족한 분량이 아닌가 조금 걱정하는 마음도 가진 채로 읽었다.
읽고 난 후의 소감은, 다행히 걱정은 반쯤 기우였다는 점이었다.
다만, 작품에서는 문제점이라고 단언하기 힘든 문제점을 느끼긴 했다.

이야기는 호문쿨루스에 대한 얘기다. 호문쿨루스가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맥락만 따지자면 인공지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이 작품은 단어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평범하게 미래사회를 그린 SF다).
내가 느낀 문제는, 호문쿨루스에 대핸 얘기라는 점에 있었다. 이 작품은 읽는 내내 일종의 설정집처럼 느껴졌다. 아마 작품을,
2XXX년 XX월: 오리온231 탄생
2XXX년 XX월: 달 착률 프로젝트 성공
2XXX년 XX월: 호문쿨루스 일반 가정에 보급

이런 식으로 썼어도 대부분의 내용을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작품은 배경 스토리를 설명하는 데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주인공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걸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반드시 소설이 그런 형식을 갖춰야 하지는 않겠지만, 그걸 어기는 시도는 일종의 핸디캡이라 생각한다. 이야기의 구성 요소를 인물, 배경, 서사 라고 정리했을 경우, 인물의 비중을 지움으로서 마이너스 받은 부분을 다른 부분으로 매꿔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 반환이 미흡했다. 그래서 배경 스토리만이 홀로 부각된 듯이 느껴져서, 작품이 전체적으로 언밸런스해졌다.
조금 사족이지만, 작품의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었느냐를 생각하다보니 ‘베리드’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굳이 베리드 뿐만 아니다. ‘큐브’도 있고 ‘쏘우’도 있다.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미니멀리즘의 일환일지도 모르는데, 이런 시도에서 가장 먼저 배제하는 것은 ‘배경’이다. 베리드의 경우 오직 관 안에서만 모든 이야기가 진행된다. 큐브는 이상한 공간에 던져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런 작품들에는 배경서사가 없다. 배경서사라는 것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먼저 지워도 되는 게 배경서사인 듯하다. 배경서사를 지움으로서 오직 인물에만 집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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