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님의 편지는 잘 보았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만화잡지에서 편집장님의 편지를 읽고 답장을 씁니다. 독자들에게 약속한 작가 인터뷰를 성사시키지 못해서 지면에 띄운 사과 편지인가 보죠? 저는 피터 모리슨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주소도 알지 못해서 이쪽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편집장님이 스토커 짓까지 해가며 애타게 찾는 그 작가가 10년 전에 느닷없이 마지막 화를 잘라먹고 사라진 <니코의 모험> 그 원화 작가 겸 제작자란 말씀이시죠? 그래서 호기심이 생겨버렸습니다.
편집장님이 쓰신 37매에 불과한 짧은 글속에서 전 10년 전이나 10년 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눈앞에서 생생히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집 앞을 스토커처럼 뒤적이는 편집부 직원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고 10여년 전 니코 만화에 열광해서 따라하는 꼬마 악동들의 모습도 눈에 그려집니다. 땅콩버터 냄새를 풀풀 풍기며 회의하는 어른들을 떠올리니 슬몃 우스우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기도 했습니다. 한때 니코 만화의 명백한 피해자였던 어른들이 이제는 그 작가를 찾아서 저토록 안달복달을 하다니요.
세상 모든 꼬마들의 사랑을 받았던 피터 모리슨은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요? 그는 왜 아직도 열렬히 원하는 펜들로부터 마음을 닫고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이 미스터리한 작가를 세상 속으로 되돌리기 위한 그 편집장님의 마음에 공감합니다.
천재를 잃고 싶지 않은, 다시금 은둔해버린 천재를 독려하여 독자들 곁으로 돌아오게 하고픈 편집장님의 간절함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따님 앨리스에 대한 기억마저 이야기하게 했겠지요. 그 모습마저도 애절하기까지 합니다.
편집장님이 기억하는 피터 모리슨은 정말 좋은 사람 같습니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한 그런 사람. 말씀해주신 여러 예화들에서 피터 모리슨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 아이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사람. 그런 마음이 전달됐기에 그가 사라졌을 때 아이들이 폭동까지 일으킬 정도로 충격을 받았던 것이겠죠.
저는 <니코의 모험>은 본 적이 없지만 어떤 이야기의 결말을 보려고 고집부리다 기차를 놓쳐 버렸던 적이 있는 고집쟁이였고 평소에는 늦잠꾸러기에 엄마가 수십 번은 소리를 질러야 간신히 일어나는 지각대장이었으면서도 일요일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앉아 만화영화를 보느라 부모님의 오랜만의 곤한 늦잠을 깨우던 그런 아이였기 때문에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압니다.
진심으로 피터 모리슨씨가 이제 그만 은둔을 풀고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고 원하는 사람들에게로요.
‘이제 그만 니코를 에메랄드 숲에서 구해주지 않겠어요?’ 누군지도 모르는 나 같은 독자 역시 이렇게 외치고 싶네요.
그러니 필립 노먼씨, 노력을 멈추지 마세요. 천재 작가에게서 오래도록 보석 같은 작품을 끌어내는 게 편집자의 숙명이 아니겠는지요? 어떻게든 피터 모리슨을 찾아다 아이들 앞에 데려다 놔주세요. 피터 모리슨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에메랄드 숲에서 니코는 도대체 어쩌고 있는지 그 악몽은 언제쯤 끝나게 될 건지 꼭 말하게 해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 어느 독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