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아림은 열여섯 살 소년이다. 그는 어느 날 고양이를 쫓다가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여관에 들어가게 되고, 높은 신분을 지닌 여자인 람을 만나게 된다. 둘은 아림의 입가에 묻어있던 케이크의 크림 때문에 얘기를 이어가게 되고, 아림은 람에게 케이크를 대접하고자 한다.
읽던 도중에는 왜 이야기가 갑자기 케이크로 튀는 거지? 라고 의문을 느꼈다. 직후에, 테이스티 문학상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떠오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달리 강렬한 갈등이나 위기는 없는 순탄한, (조금 과장된 표현이겠지만)동화적인 이야기였다.
1.서사의 구성: 초반부터 아쉬운 점이 보였다는 게 이 작품을 읽을 때 가장 치명적이었다. 구체적으로, 처음에 여관 방 안으로 잠입하는 장면이 작위적이었다.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곳을 몰래 들어간다는, 염연히 불법적인 일이었는데도 태연히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있었을까? 그 상황에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도덕적인 정당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주인공에게 위험을 회피할 만큼 무력이나 지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위기만 보자면 병사가 꼬마애 하나 죽인다고 사회적으로 크게 규탄받는 시대도 아닌 듯 하고, 그 이후의 지문을 보면 실제로 그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런 위험한 짓을 자연스럽게 한다는 건 이미 이전에도 계속 위험한 짓을 해왔었다는 의미일 텐데, 그 모든 위험을 어떻게 피해왔을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재치가 있어서 피해왔다면 이런 소심한 성격이 아니라 자기에게 닥친 위기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성격은 오히려 대범함 보다는 소심한 편에 가깝다.
2.인물과 대화의 자연스러움: 인물의 자연스러움에 대해선 위에 적은 문제점 때문에 좋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작품은 사건 중심이기 보다는 인물이 중심이다(서사의 구성을 얘기할 때는 끝에서 인물 얘기로 빠졌고, 아래에 적겠지만, ‘인물에 대해 얘기할 때는 끝에서 서사 얘기로 빠졌다는 점’이 내가 이 글을 적는 것이면서도 스스로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인물만 자연스럽게 움직였으면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올바른 형태로 흘러갈 텐데, 전체적으로 인물의 심리와 행동이 이해가 안 돼서 스토리도 덩달아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 모든 행동들이 메타포인 건 아닐까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예를 들자면, 끝에서 람의 안대를 가져가는 장면은 ‘아림이 람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라는 식으로 읽어낼 여지가 있을 것이다), 나름 해석하면서 읽는다고는 했지만 그런 식으로 무마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
대화의 자연스러움에 대해선, 주고받는 흐름은 자연스러웠다. 굳이 흠을 잡자면, 부자연스러움에 대해 논하는 건 아니지만 초반에 아림과 람이 서로의 이름을 알려주는 부분 부근의 대화에서 불필요한 부분이 꽤 보였다. 의도를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잔가지를 쳐내야 한다’가 아니라 ‘왜 굳이 저기다 가지를 쳤어야 했는가’에 가까운 의문이다. 저 부분을 통째로 들어낸다면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되겠지만, 그냥 놔두기에는 작품의 완성도가 저하되는, 비유하자면 초침이 시침과 분침보다 몇 배나 두꺼운 손목시계 같은 느낌이다.
3.이야기의 재미: 작품이 재미있느냐 없느냐 하는 부분은 리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볼 때 가장 믿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례로 영화 한 편을 보고는 “최고의 작품이다!”라고 말하고는 한달 쯤 뒤에 물어보면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는 사람이 있었다. 최고의 작품이었는데 한달 만에 잊을 만큼 그 사람의 기억력이 안 좋은 걸까? 그렇지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은 평을 후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막상 깊게 캐물어보면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했던 작품들 사이에도 격차가 있어서, ‘최고의 작품=100점 작품’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표현하는 방법이 나와 다르다보니 생기는 문제였다. 최고의 작품=100점 작품이 아닌 것처럼 ‘재미없었다=졸작’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점수로 책정해도 채점기준이 다르다보니 사람들 사이에는 대화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나는 평생 만 권의 책을 읽었지만 100점 작품은 만나보지 못했다, 라는 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의 80점이 다른 사람에겐 만점 수준일 거고, 100점 만점에 20점이 적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막상 20점을 준 사람은 수작이었다고 생각하고 준 점수일 수도 있다.
사설이 길었는데, 결국 어려운 말을 꺼내기 전에 긴 변명을 한 셈이다. 내 기준에서 이야기는 재미없었다. 재미있을 이유가 보이지 않는 스토리기도 했다. 이 말은 비난이 아니다. 재밌을 것 같지 않은 스토리인데도 막상 보면 재밌는 경우는 많다. 오히려 그런 경우가 더 많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반면 ‘와, 이 작품은 시작부터 눈을 사로잡게 사건을 터트리고 중간중간 흥미가 안 떨어지게 계속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부분도 넣으면서 끝에서는 반전도 있는데 왜 재미가 없지?’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다. 각잡고 따져보면 뭐가 문제였던 건지 보이지만…어쨌든 그런 맥락에서 이 작품은 안 좋은 작품은 아니었다. 나와 다르게 순한 맛에서 재미를 느끼는 독자도 있을 거고, 소위 말하는 귀여니류 소설처럼 막말로 수준이 낮은 작품도 아니다.
종합적으론,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어.’ 정도가 내 감상평이 될 것이다.
작가가 리뷰 공모를 통해 어려운 질문을 던져줬다는 생각이 든다. 답변해나가면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