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은 자신이 사람 죽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평범한 남자아이였던 나를 교회 화장실로 꾀어내 성폭행한 중학생 남자는 본작 <고라니와 숫자> 묘사를 빌려 참으로 ‘고라니’ 같은 녀석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이다. 사람은 법으로 심판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알고 있다. 머릿속을 휘감는 그때의 끔찍한 기억에 그 녀석이 더럽힌 내 성기를 자르고 싶었던 적도 숫하게 있었다. 지금도.
그럼에도 그 녀석은 인간이다. 나도 인간이고.
다시금 단언하기를 거기에는 사람이 없다.
나는 결코 인간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녀석을 고라니 잡듯 죽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한 명의 존엄성을 가진 인간임을. 가해자가 부정하고자 한 진실을 나는 결코 잊지 않겠다.
나는 지금도 푸른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다.
네가 언젠가 지옥에 갈 그날을 기다리는, 어느 기독교를 믿는 ‘한 명의 사람’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