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우아하고 차분하며 부드러운 문체는 <언제나 밤인 세계>의 주요한 특징이다. 하지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면 우아한 문체는 공통적인 부분이다. 덕분에 장르가 호러임에도 잔혹하다기보다는 체감하기에 드라마적인 서술로써 다가온다. 작품 내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이다.
저주받은 쌍둥이라는 소재는 흔하던 이야기다. 에녹과 아길라는 서양식 저택에서 태어난 쌍둥이다. 흑마술에 빠진 아길라와 선하디 선한 에녹, 그리고 아길라를 치료해보려는 부모와 아길라의 비뚤어진 성격 및 신제적 장애요소 등은 한동안 극이 진행 될 때까지 <언제나 밤인 세계>가 저택을 배경으로 하는 가족 호러물인가 싶었다. 그런 생각은 에녹과 아길라의 활동무대가 외부공간으로 확장되면서 달라졌지만.
지금까지 아길라는 에녹의 몸을 가지고 육체적으로는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결핍을 느끼고 있고, 에녹은 아길라로부터 몸을 빼앗기고 불구가 되었기 때문에 그에게 없었던 치명적인 흠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에서 악마의 존재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모리세이처럼 어떤 종족의 일족으로 이해되는데, 아길라의 신체를 바꾸는 흑마법을 도운 것은 그럼 도대체 악마의 힘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다.
아길라가 왜 악마들이 관심을 갖는 존재가 되었는지, 현재 에녹의 영혼이 들어간 아길라의 육체를 왜 정신병원에서는 관심을 갖는지는 아직까지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다. 아길라가 악마의 아이로써 바쳐졌다는 것은 당최 무슨 의미인 것일까. 그리고 에녹에게 모리세이가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에녹의 외양을 한 아길라는 모리세이에게서 관심을 받지 못했고, 아길라의 외양을 한 에녹에게 모리세이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